뮤지션이 아닌 관객이 주인공이었던 공연. 7일 마룬파이브(Maroon 5) 내한공연은 정말 그랬다.
 
이날 저녁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는 1만3천 명이 몰려들었다.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팝 밴드 중 하나인 마룬파이브의 다섯 번째 내한공연이 예정돼 있었기 때문이다.
 
마룬파이브는 록과 팝, 알앤비(R&B) 사운드가 조화된 세련된 음악으로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은 미국의 팝 밴드다. 그래미 어워즈를 3차례나 수상한 이들은 재작년 발표한 '원 모어 나이트'(One More Night)가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누르고 빌보드 1위를 차지해 한국인에게 익숙한 이름이기도 하다.
 
마룬파이브는 전날 대구 공연을 예정 시각 1시간 반 전에 연기해 팬들의 원성을 샀다. 원인은 리드 보컬인 애덤 리바인의 목 근육 이상. 팬들은 서울 공연도 같은 수순을 밟을까 우려했지만 이날 공연은 차질없이 진행됐다.
 
공연은 스웨덴 밴드 더티룹스(Dirty Loops)의 오프닝으로 시작됐다. 더티룹스는 2010년 저스틴 비버, 레이디 가가 등 유명 팝 가수의 곡을 재해석한 노래로 유튜브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이들은 이날 '롤러 코스터'(Roller Coaster), '다이 포 유'(Die for You) 등 여섯 곡을 부르며 공연의 전야제를 화려하게 장식했다.
 
무대 설치를 위한 얼마간의 시간이 흐르고서 오후 9시께 마룬파이브가 무대에 올랐다.  
 
 
관객들의 관심은 목 부상을 입었다고 알려진 애덤 리바인에 쏠렸다. 그는 검은 가죽 재킷과 운동복, 빨간색 티셔츠를 입고 무대에 올랐다. 뒷목에는 하얀 파스가 붙여져 있어 눈길을 끌었다.  
 
첫 곡은 다섯 번째 정규앨범 '브이'에 수록된 '애니멀즈'(Animals). 맷 플린의 강렬한 드럼으로 곡이 시작되자 관객들은 곧 열광하기 시작했다. 관객들은 첫 곡부터 후렴구 '저스크 라이크 애니멀즈'(Just like animals)를 '떼창'하며 이들을 반겼다.
 
예상대로 애덤 리바인의 목 상태는 좋지 않았다. 그는 공연 내내 목을 꼿꼿이 세운 채 노래를 불렀다. 고음을 부를 때마다 힘들어하는 기색도 역력했다. 베테랑 보컬답지 않게 음이 틀리는 일도 있었다. 
 
그러나 그는 관객을 능숙하게 쥐락펴락하는 공연의 고수였다. '메이크 미 원더'(Make me Wonder)를 부를 때는 무대 중앙에서 팬들을 지휘하기도 했고, 앙코르곡인 '쉬 윌 비 러브드'(She Will be Loved)에서는 '우리가 가사가 생각나지 않을 수도 있으니 여러분이 불러달라"며 넉살을 부리기도 했다. 자기가 아는 한국인 친구의 이름을 대며 페이스북에서 인사를 해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한국 관객들의 환호는 상상 이상이었다. 스탠딩석을 꽉 채운 관객들은 '러키 스트라이크'(Lucky Strike)가 나오자 밴드와 함께 뛰었고, '페이폰'(Payphone)을 부를 때는 휴대전화 불빛으로 조명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데이라이트'(Daylight) 때는 '돈트 고'(Don't GO)라고 쓰인 플래카드를 전 관객이 들어 올리면서 밴드를 감동시키기도 했다.  
 
애덤 리바인은 "서울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공연 장소이다"라며 "다시 돌아와서 얼마나 기쁜 줄 모른다"고 이에 화답했다.  
 
보컬은 아쉬웠지만 이를 채운 것은 밴드의 음악과 열광적인 관객이었다. 특히 맷 플린의 드럼과 제임스 발렌타인의 기타는 또 다른 즐거움이었다. 셋 리스트에 포함된 16곡 모두 히트곡. 그 히트곡들을 더욱 빛나게 한 것은 바로 관객이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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