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민포커스] 해양참사 더 이상 안된다

▲ 낚시어선인 돌고래호 전복 사고 이후 소형 선박의 안전문제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입·출항 신고에서 부터 각종 조난 장비 허술 등 보완해야 할 사항이 한두기자 아닌 것으로 지적됐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사실과 관련 없음. 김대생 기자
V-PASS 구조요청 수동…긴급조난시 '무용지물'
기상 나빠도 무리한 운항 요구 안전불감증 팽배
 
돌고래호 전복 사고 이후 소형 선박의 안전 문제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입·출항 신고가 형식적으로 이뤄지고 있는데다, 긴급 상황 시 '골든타임'을 확보하기 위한 각종 조난 장비들은 허술하게 운영되고 있다. 특히 일부 낚시인들의 무리한 출항 요구 등 '안전 불감증' 역시 팽배, '예견된 사고'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입·출항 신고 '형식적'
 
낚시어선의 입·출항 신고 관리가 허술하게 이뤄지고 있다.
 
지난 1996년에 도입된 '낚시어선업'은 10t 미만의 낚시어선에 낚시인들을 승선시켜 원하는 낚시터로 안내하거나 그 어선에서 낚시를 할 수 있도록 영업하는 것으로, 현재 도내에 등록된 낚시어선은 모두 189척이다.
 
문제는 '낚시관리 및 육성법'에 따라 낚시어선업자는 출항 시 출입항 신고서와 승선원 명부를 해경 등 신고기관에 제출해야 하지만 해경 안전센터나 출장소가 없는 도내 57개 소규모 항·포구의 경우 어촌계장 등이 운영하는 민간 대행신고소에 제출하는 등 사실상 '형식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더욱이 제출받은 승선원 명부와 실제 탑승자가 일치하는지에 대한 해경의 확인 의무는 없어 인명피해 등 사고 발생 시 정확하고 신속한 인원 파악도 어려운 실정이다.
 
실제 지난 5일 전복된 돌고래호의 경우 민간 대행신고소에 승선원을 22명으로 신고했지만 4명은 배에 탑승하지 않았으며, 승선원 명부에 없는 3명이 탑승한 것으로 확인되는 등 사고 발생 9일째인 13일 현재까지 정확한 승선원 명단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각종 조난 장비 '허술'
 
낚시어선의 사고를 대비한 각종 조난 장비 역시 '미흡'한 것으로 드러났다.
 
해양경비안전본부는 지난 2011년부터 현재까지 예산 342억원을 들여 어선 7만1825척에 '선박출입항 자동시스템'(이하 V-PASS)을 설치하고 있다.
 
V-PASS를 장착한 어선들은 항구를 오갈 때마다 자동으로 입·출항 신고를 할 수 있으며, 긴급 상황 발생 시 구조요청도 할 수 있다.
 
그러나 V-PASS가 개발될 당시에는 기울기 센서를 통한 자동 조난신고 기능이 탑재돼 있었으나 시범 운영 과정에서 오인·오작동 신고가 많아 해당 기능을 없앤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현재 V-PASS를 통한 구조요청은 단말기를 인위적으로 탈착하거나, 'SOS' 버튼을 눌러야 하는 등 수동으로만 가능, 갑작스런 조난 등 긴급 상황에서는 사실상 '무용지물'과 다름없다.
 
더욱이 국립해양조사원의 '표류예측시스템' 역시 돌고래호의 표류 위치를 제대로 예측하지 못했다.
 
해경은 국립해양조사원으로부터 사고 발생 다음날인 6일 오전 1시30분께 돌고래호의 예상 위치를 추자면 예초리 주변 해상으로 통보받았지만, 실제 돌고래호가 발견된 지점은 정반대인 추자도 서남쪽 해상이었다.
 
이외에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이자스민 의원(새누리당·비례대표)이 기상청에서 제출받아 공개한 '2013~2015년 7월 해양기상 부이 설치·운용 현황'에 따르면 추자도 해역에 설치된 해양기상 부이(Bouy·부표)는 지난해 1월 이후 5차례 장애가 발생, 82일 동안 가동되지 않는 등 해양기상 예·특보라는 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
 
△허가·신고기관 달라
 
낚시어선 등 선박에 대한 각종 법·제도의 개선도 시급한 상황이다.
 
현재 여객선 및 화물선 등 대형 선박은 해양수산부, 낚시어선 등 소형 선박은 지자체, 유·도선과 내수면 선박은 각각 해양경비안전본부와 중앙소방본부 등 국민안전처에서 관리하고 있다.
 
이처럼 선박 관리는 3원화 된 반면, 각 선박에 대한 입·출항 신고체계 구축 등 세부 업무 구분은 미흡한 상황이다.
 
실제 돌고래호와 같은 낚시어선은 지자체에 신고해 운영하고 있지만 입·출항 신고는 해경 및 해경에서 선임한 민간 대행신고소에서 실시하는 등 허가기관과 신고기관이 일치하지 않고 있다.
 
안전불감증을 해소하기 위한 단속 강화 등의 대책도 요구되고 있다.
 
도내 낚시업계는 낚시어선 사고의 원인으로 일부 낚시인들의 무리한 출항 요구와 업체 간 과다 경쟁을 꼽고 있다.
 
해상 날씨가 좋지 않을 때에도 낚시인들이 원할 경우 운항할 수밖에 없는데다 고기가 많이 잡히는 소위 '명당'의 위치를 노출하지 않기 위해 V-PASS 등을 꺼놓고 운항하는 일이 빈번하기 때문이다.
 
결국 세월호 참사 이후 대형 여객선 등에 대한 안전은 강화됐지만, 낚시어선 등 소형 어선들은 여전히 '안전 사각지대'에 놓여있어 관련 법·제도 개선 등이 요구되고 있다. 고경호 기자
 

"제주해경 특수구조대 신설 서둘러야"

인터뷰 / 최찬문 제주대 해양산업경찰학과 교수

"돌고래호 전복 사고는 안전불감증과 안전관리 소홀이 빚은 인재(人災)로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제도적인 개선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최찬문 제주대학교 해양산업경찰학과 교수(해양과학대학 부설 선박운항관리센터장)는 "선박 전복 사고가 발생했을 때 초기대응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이번 돌고래호 사고의 경우 해경의 초동대처가 미흡했다"며 "현재 국민안전처 산하 중앙해양특수구조단이 부산에 있지만 제주해상은 1시간 이내 구조가 불가능해 제주해양경비안전본부에 특수구조대 신설을 하루 빨리 서둘러야 한다"고 주문했다.

최 교수는 "통계에 따르면 제주에는 돌고래호(9.77t)와 비슷한 크기의 배가 190여척이 있는데 법상으로 소형선박 조종사 면허를 갖고 있는 1명을 두게 돼 있어 혼자서 기관·항해 모두를 담당, 사실상 선원 1명 이외에는 승객이 전부인 셈"이라며 "특히 어선위치발신장치(V-PASS)가 수동으로 돼 있어 사고를 알리려면 3초 이상 버튼을 눌러야 하는데 위급한 상황에서는 3초도 긴 시간"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위급 상황이 발생했을 때 항해사와 기관사가 1명씩 각각 있으면 보다 신속하게 사고를 알릴 수 있었을 것"이라며 "인명을 다루는 만큼 사고 재발을 막으려면 소형선박에 선원 2명이 탑승하도록 조례 개정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동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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