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은 제주대 행정학과 교수·논설위원

모친이 남부럽지 않은 '맹모(孟母)'이었던지라 필자는 강남의 8학군에서 초등학교를 다녔다. 당시엔 학교 수가 늘어나는 학생 수를 감당하지 못하여 '오전반'과 '오후반'으로 나눠 수업을 했다.

한 학년은 스무 반 남짓, 학급당 학생 수가 무려 70명이 넘는 콩나물 교실이었다. 그 시절 동네 곳곳에는 '둘만 낳아 잘 기르자'는 포스터가 붙어 있었고, 셋째인 남동생은 아버지 직장의 학자금 지원도 받지 못했다.

최근 교육부가 발표한 '2015년 교육기본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학급당 학생수가 유치원 20.0명, 초등학교 22.6명, 중학교 28.9명, 고등학교 30.0명으로 나타났다.

전년 대비 초등학교는 0.2명, 중학교 1.6명, 고등학교 0.9명이 줄어든 수치다. 올해 일반대학의 재적학생 수는 211만3293명으로 전년 대비 1만6753명(0.8%)이 감소했다. 불과 한 세대 만에 달라진 모습을 보면 우리나라의 산아제한 정책은 매우 성공적이었던 셈이다.

출산을 줄이는 것은 상대적으로 쉬웠던 것 같은데, 거꾸로 늘리는 것은 만만치 않은 모양이다. 정부가 부단히 저출산 해결을 위한 정책을 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OECD 국가 중 최저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5월 일본에서 발간된 마스다 보고서에 기초한 한 책에서는 최근 5년간의 출산율과 인구이동 추이가 지속될 경우 2040년이 되면 일본 지방자치단체의 절반에 해당하는 896개 기초자치단체(시정촌)가 소멸될 위기에 처하게 된다고 발표했다.

저출산과 고령화에 따른 인구감소는 선진국이 겪고 있는 공통적인 문제이지만 일본의 경우는 인구가 수도권으로 집중하는 것이 문제를 더욱 악화시킨다고 지적한다. 상대적으로 생활비가 많이 드는 도시지역에서 생활하게 되는 젊은이들은 결혼하기 어려워지고 따라서 출산율이 더욱 낮아지기 때문이다.

저자는 도쿄를 '지방의 인구를 빨아들여 재생산은 못 하게 하는 인구의 블랙홀'이라고 표현하면서 장기적으로는 지방에서 유입되는 인구도 점차 감소하게 되므로 결국에는 도쿄의 인구도 줄어들게 되고 일본은 파멸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일본의 상황을 분석한 책이지만, '도쿄'를 '서울'로 바꾸더라도 한국상황을 설명하기에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편리해진 교통수단의 발달은 오히려 수도권으로 인구를 끌어들이고 있으며, 서울의 출산율은 2014년 현재 0.98로 도쿄보다 훨씬 낮은 수치다.

결론적으로 경제와 인구가 성장을 멈춘 시대에서 더이상 거점도시를 중심으로 한 발전전략은 유효하지 않으며 국가발전이나 지역발전의 전략을 새롭게 짜야한다는 것을 깨닫게 해 준다.

제주도의 상황을 살펴보면 제주지역의 출산율은 2014년 기준 1.48로 전국평균보다 높으며 전남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높다.

또한 월평균 천 명 이상 유입인구가 늘어나는 지역이며 지방세 증가율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지역이다.

이 사실들로 볼 때 제주는 상대적으로 희망적으로 보이지만 낙관하기에는 이르다. 젊은이들에게 살고 싶은 매력적인 지역, 아이를 낳아 기르고 싶은 곳이 되지 않으면 인구의 증가나 유지를 장기적으로 지속시키는 것은 어렵다.

대학생들에게 물어보면 졸업 후에 제주에서 살고 싶다는 대답과 수도권에서 살고 싶다는 대답이 대략 절반씩을 차지한다.

서울에서 살고 싶은 이유는 대도시에 대한 막연한 동경도 있지만 제주에 적당한 일자리와 문화시설이 부족해서라는 답이 대부분이다. 인구유출을 막고 인구유입을 지속시키기 위해 지자체가 어떤 노력을 해야 할 지에 관한 답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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