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관모 작 "CRAZY YEARS".



12월1일부터 29일까지 신천지 조각공원에서 개최되는 정관모 조각 ‘CRAZY YEARS전’은 학원 민주화에 대한 절절한 갈망을 담고 있다. 지난 99년 7월 성신여대 총장선거 과정에서 분규의 중심에 섰던 작가의 분노와 배신, 기대와 좌절을 낱낱이 드러내고 있다.

이번에 선뵈는 작품은 모두 25점. 생명법이 바뀐 거꾸로 선 나무, 미친 사람의 헝클어진 머리칼 같은 뿌리를 하늘에 이고 선 꼴의 나무기둥에, 작가는 데모대의 함성을 조각했다. ‘민주수호’‘교권수호’‘각성하라’‘사퇴하라’‘물러가라’, 그리고 공권력과 그에 항거했던 절규와 울부짖음을 새겼다.

이들 작품들은 탐욕과 위선은 모두가 학교를 위한다는 백의종군으로 위장되고 배반과 기만.·음모가 무성했던 당시 학내 사태의 기록이자 모뉴망이다.

작가는 이번 작품들의 명제를 서슴없이 ‘CRAZY YEARS’라고 명명했다.

송두리 채인 뿌리가 하늘로 향하여 거꾸로 선 나무기둥은 모든 가치관과 규례의 뒤바뀜을, 작품바탕의 캄캄한 검정색은 암흑과 같이 무엇하나 분명치 않았던 그간의 세월들, 그리고 선홍의 붉은색은 원상회복을 촉구한 의지의 표현으로, 또 절규와 상처의 흔적을 상징하고 있다.

여기에다 음각으로 새겨진 문양은 교정 가득히 울려 퍼졌던 함성의 기록이며, 수없이 나붙었던 현수막에서 읽혀졌던 구호들이다. 

당시 성신여대는 교수들에 의한 총장선거에서 조소과 정관모 교수가 1위를 차지는데도 불구, 재단 측이 2위였던 이모 당시 정치외교학과 교수를 총장으로 선출하자 상당수 교수와 학생들이 이에 반대하며 천막농성을 벌이고 수업을 거부하는 등 총장 퇴진운동을 벌여왔다.

그는 그러나 이제 미친 세월에 대해 잊으려 한다. 아니 말하지 않으려 한다. 분노가 없어서가 아니다. 그냥, 그야말로 그냥 이만큼 떨어진 곳에서 말없이 있을 수 있을 정도가 돼 가고 있어서다. 작가는 “영욕의 세월은 그렇게 가고 남는 것은 오직 이 모뉴망 뿐이다”라고 밝히고 있다.

작가는 성신여대 교수이자 제주조각공원 신천지미술관 관장으로 재직하고 있고 중앙미술대전·동아미술제·무등미술제 등 각종 공모전의 심사위원을 역임했다. ‘정주목의 모뉴메탈리티’‘표상-의식의 현현’ 등의 문집이 있으며, 개인전은 이번이 27회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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