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우 감귤사랑동호회장·논설위원

지금까지는 FTA 체결을 비롯한 무한경쟁의 환경에서도 고품질 감귤생산을 통한 충분한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었다. 실제 겨울철 경매가 이뤄지는 도매시장에서는 거의 매일 10㎏ 한 상자에 3000∼4000원 하는 감귤도 있지만 4만∼5만원에 낙찰되는 감귤도 있다.

"양으로 승부하지 말고 질로 경쟁해야 한다" "고품질만이 생존할 수 있다" 등의 말을 수없이 들으면서 고품질 감귤 생산에 전력투구해 왔다.

값싼 많은 농산물을 생산하는 것보다 적지만 비싼 농산물 생산이 훨씬 효율적이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다. 맛만 있으면 가격은 문제 삼지 않는 소비자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년부터는 상황이 달라 질수도 있을 것 같다. '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에  금품수수 한도를 5만∼10만원으로 설정, 시행 예정에 있기 때문이다.

농협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설과 추석 기간에 하나로클럽 양재점에서 판매된 선물세트 가격대는 5만원 이상이 전체 매출의 50%를 넘고 한우는 10만원 이상이 93%에 달했다고 한다.

제주에서 출하되는 고품질 브랜드 노지감귤뿐만 아니라 최근 출시되는 하우스 및 만감류의 경우 10㎏ 6만∼7만원에 거래된다.

비싼 기름값, 천정부지로 오르는 인건비 등을 감안하면 이는 높은 가격은 아니다. 높은 가격의 고품질 농축산물의 경우 구매자가 가정에서 먹는용보다 지인이나 거래처 등에 선물하는 경우가 많기에 법이 시행될 경우 농민 입장에서 본다면 FTA 체결보다 더 어려운 상황이 될 수도 있다.

선물을 주고받는 행위를 금지하다 보면 내수가 위축될 것이고 적용 대상자가 공직자는 물론 언론 및 교직원까지라면 큰 혼란이 야기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의례적으로 명절에는 농축산물을 주고받는 것이 미풍양속이었는데, 뇌물로 간주된다면 수많은 법범자가 나타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대형마트에는 값싼 수입농산물만 전시될 것이고 이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우리도 고가의 고품질보다 저가의 저품질 농산물을 다량 만들어 출시하는 끔찍한 상황이 전개될 지 모르겠다.

결국 경쟁력은 상실되고 농촌은 더욱 어려워지는 악순환이 반복되지 않을지 걱정이 앞선다. 오히려 수입산 과일이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  얼마전 세종정부청사 주차장에서 열린 전국농민대회에서 '김영란법에서 농축산물을 제외하라'며 김영란법 규탄과 FTA 실질대책을 촉구했지만 정치권에서는 산업간 형평성 차원에서 농축산물만 금품수수 적용대상에서 제외시킬 수 없다는 분위기다.

또한 깨끗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제정된 김영란법을 농민들만 반대하느냐며 걱정하고 있다. 하지만 농민들 입장에서는 생존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좋은 취지로 시작된 법이지만 반대할 수 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다.

최근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2016년도 농식품부 예산을 보면 총 14조2883억원으로 지난해 대비 1.7% 늘었지만, 이는 국가 전체 예산증가율인 3%의 절반 정도이다. 감귤을 비롯한 원예특작 분야 예산은 오히려 전년대비 812억(3.8%)이 줄었다. 이렇듯 농업의 현실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농식품부나 기재부에서도 최근 국정감사에서 문제점이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특히 김영란법에 대해 개선 필요성을 인정하는 국민권익위원회도 의견수렴을 하고 있다고 한다.

조금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정부 타 부처도 입법취지나 다른 업종과의 형평성만을 주장하지 말고 FTA 체결에 따른 피해 대책인 무역이득공유제 도입 어려움으로 실망하는 농민들에게 더 이상의 고통을 주지 않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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