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중동 평화협상 재개를 위해 특사2명을 파견한 가운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이번 주말 유혈 보복전을 감행, 이스라엘 병사 한명이 숨지고 팔레스타인인 20명이 부상하는 등 사태가 심각한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보복전은 지난 23일밤 팔레스타인 과격 무장단체 하마스의 고위 지도자 마흐무드 아부 하누드(34)가 이스라엘 군에 의해 암살되면서 시작됐다.

팔레스타인 군중 3만여명은 24일 하누드 장례행렬에서 피의 보복을 다짐했다.

하마스는 예루살렘과 텔아비브에 자살 폭탄공격을 감행하겠다고 경고했다.

곧바로 24일밤 이스라엘 군 병사 한명이 가자지구 카파 다롬 정착촌 인근에서 팔레스타인측의 기관총 공격에 사망했다. 다른 이스라엘 병사 2명도 부상했다고 목격자들은 전했다. 보복공격은 하마스 무장조직인 에제딘 알-카삼이 자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 군도 즉각 보복에 나섰다. 병사 사망 소식이 전해진 뒤 불과 몇 시간만에 공군 헬기들이 가자지구로 향했다. 25일 새벽 가자지구 남쪽 칸 유니스에 미사일 12발이 꽂혀 팔레스타인인 20명이 부상했다고 현지 의료진은 전했다.

부상자 중에는 산탄 파편에 다친 11살 소년도 있었다. 헬기 공격은 팔레스타인 정보부 건물과 정예 경호부대인 ‘포스 17’사무실을 겨냥했다.

가자지구 중심부 데르 엘-발라와 북부 팔레스타인 경찰본부 건물에도 헬기 공격이 가해졌다. 목격자들은 아파치 헬기 여러 대가 가자지구 상공을 지나갔으며, 일부는 이스라엘이 지대지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말했다. 공격을 당한 곳 중에는 야세르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이 이끄는 파타당 사무실도 포함됐다.

지난 주 조지 W.부시 행정부가 중동 평화협상 중재 노력을 재개키로 한 방침에 따라 중동특사로 임명된 윌리엄 번스 국무부 차관보와 앤터니 지니 전 해병대 사령관은 25일 미국을 떠나 주초 이스라엘에 도착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양측은 계속 보복을 다짐하고 있어 휴전 중재 노력이 결실을 거둘 전망은 극히 불투명해 보인다.

하마스 정치지도자 중 한명인 무하메드 가잘은 “샤론이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인육으로 만든 식사를 미국 특사들에게 대접하려 한다”고 비난했다. 팔레스타인측은 지난 22∼23일 이틀 사이 이스라엘측 공격으로 사망한 사람이 12명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 군은 암살된 하마스 지도자 하누드가 지난 6월 21명의 목숨을 앗아간 텔아비브 자살 폭탄테러 등 수 건의 테러공격에 연루돼 있는 인물이라며 암살을 정당화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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