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진 한의사

무더운 여름을 시원하게 해주는 에어컨 덕에 가을바람이 덜 선선하게 느껴지기도 하는 요즘 문득 기후의 급격한 변화가 느껴질 때가 있다.

그때마다 달력은 24절기에 해당되는 경우가 많다. 양력 9월23일에 낮보다 밤이 길어지기 시작하는 '추분(秋分)'이 있고, 10월8일에 찬 이슬이 맺히기 시작한다는 '한로(寒露)'와 24일 서리가 내리기 시작한다는 '상강(霜降)'이 있다. 이처럼 가을에는 인간에게 영향을 미치는 자연계의 육기(六氣:風寒暑濕燥火)중에서 寒(추위, 일교차)과 燥(건조증)의 기운이 왕성해지게 되는데 이때 가장 민감한 것은 폐(肺)다.

폐오조(肺惡燥)라는 말은 폐가 건조함을 가장 부담스러워 한다는 의미이고, 형한음냉즉상폐(形寒飮冷則傷肺)라는  말은 몸을 춥게 하거나 찬 음식을 즐기면 폐질환에 걸리기 쉽다는 뜻이다.

실생활에서 조(燥)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수분을 조금씩 자주 섭취해 인후부위를 보습할 필요가 있고, 가습기나 화분으로 실내 적정 습도를 유지하는 것도 좋다. 한(寒)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실내온도를 적당히 조절해 일교차를 줄이고 외출 시 체온유지를 위한 여벌의 옷 등을 준비하는 것도 좋다.

폐 건강에 도움이 되도록 도라지·은행·배 등의 음식을 섭취해도 좋고 생강·대추·꿀을 곁들여 따뜻한 차로 복용해도 좋다.

겨울을 앞둔 가을철 건강관리를 위해서는 수확의 계절인 만큼 풍성한 제철음식으로 규칙적인 식사를 해 더위에 지친 몸을 영양적으로 채워야하며, 밤이 길어지는 만큼 수면시간을 조금씩 늘려서 면역계를 강화할 수 있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충분한 수분과 제철음식을 섭취하고, 더불어 가벼운 야외활동으로 가을 하늘을 만끽한 후, 넉넉한 수면을 취해 건강하게 가을을 누리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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