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숙 제주도립미술관장

지난 6월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렸던 한류스타 지드래곤의 전시는 대중스타와 현대미술과의 만남이라는 데서 화제를 모았다. 공공미술관에서 연예인의 전시를 열었다는 점과 함께 순수예술을 상업적으로 이용한다는 비판도 물론 만만치 않았다.

심리적으로 높았던 현대 미술에 대한 진입 장벽을 낮추고 친숙한 주제와 소재로 전 연령층에서 공감할 수 있는 전시회를 마련한다는 게 주최측의 기획의도였다고 한다. 이는 오늘날 미술관이 지향하는 흐름과도 무관하지 않다.

미술관을 뜻하는 영어인 뮤지엄(Museum)의 어원인 뮤제이언(Mouseion)은 그리스 시대 문예와 학술의 신인 뮤즈(Muse)들을 위한 신전이다. 미술품 및 희귀 서적을 모아 놓고 '연구'하던 곳이 고대 뮤지엄의 원형인 셈이다.

미술관과 박물관을 구분하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세계 대부분의 나라들은 뮤지엄이라는 개념 속에 미술관을 포함시키고 있다. 국제뮤지엄협회(ICOM, International Council Of Museums)헌장에 의하면 '연구·교육·즐거움을 위해 인간과 그들의 환경에 관한 물질적 증거들을 습득·보관·연구·소통·전시하고 사회 및 그 발전에 봉사하며 공공에 개방된 비영리 연구기관'으로 뮤지엄을 정의하고 있다. 1948년과 1973년, 1989년에 걸쳐 세 차례나 수정된 협회의 헌장은 미술관의 역할 및 기능이 사회변화에 따라 변화되어 왔음을 보여주고 있다.

2007년 한국관광문화정책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21세기 미술관의 새로운 패러다임은 '작품에서 체험으로, 보존중심에서 교육중심으로, 계몽에서 학습과 놀이를 병행하는 에듀테인먼트(education과 entertainment의 합성어)로, 공급자 중심에서 이용자 중심으로, 기억의 축적에서 미래의 창조로 전환'을 예측하고 있다.

오늘날의 미술관들은 이 보고서의 예측 모델이라도 되는 듯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앞서 지드래곤 전시는 포스트뮤지엄을 표방하며 미술관의 문턱을 낮추려는 서울시립미술관의 방향 중 하나일 것이다.

현재 제주도립미술관에서 전시되고 있는 '모니카와 함께하는 세계명화여행전' 역시 미술에 대해 어렵고 다가서기가 쉽지 않다는 심리적 거리감을 없애고 즐겁고 편한 방식으로 미술에 접근하자는 의도로 기획됐다.

명화 속 인물들이 모니카와 친구들 캐릭터로 재탄생되면서 관객들로 하여금 명화에 친근함을 갖게 하고 관객이 참여할 수 있는 전시연계프로그램을 다양화하면서 교육과 체험이 어우러진 에듀테인먼트형 전시를 구현하고 있다.

왕족과 귀족의 공간에서 시작된 미술관이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공공의 장소로 변화돼 왔음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미술관의 문턱이 높게 여겨진 이유는 무엇일까. 가뜩이나 쉽지 않은 미술이라는 장르를 쉽게 풀어주는 역할이 부족했다는 게 큰 이유 중 하나가 아닐까. 미술관을 들어서며 어떻게 봐야할지 왠지 두렵고, 미술관을 나서면서는 무엇을 봤는지, 잘 봤는지 마음 한 구석이 개운치 못한 답답함으로 가득해지는 나머지 마치 미술관이 '그들만의' 공간처럼 낯설게 느껴졌기 때문은 아닐까.

미술관은 왕과 귀족의 공간도 아닌, 학자나 미술인들의 공간만도 아닌, 미술문화를 향유하고자 하는 모두의 미술관이다.

앞으로 미술관의 변화가 어떠한 흐름으로 가던지 가장 중요한 기본은 사람을 위한 곳이어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덧붙인다면 미술을 매개로 한 활동들이 살아 숨쉬고, 이를 통해 삶에 위안을 받고 활력을 얻으며 그 속에서 삶의 의미를 재발견하는 곳, 이 시대에 미술관이 왜 필요한지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는 곳이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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