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신 제주지방기상청장

프랑스의 소설가이자 극작가인 알베르 까뮈는 '모든 잎들이 꽃으로 변하는 가을은 두 번째 봄'이라고 말했듯이 10월이면 전국의 산들이 오색단풍으로 유혹하기 때문에 우리의 마음이 들뜨기 시작한다.

매년 반복되는 '올해는 그 어느해보다 단풍이 곱게 물들 것'이라는 언론보도를 접하고 나면 금방이라도 산으로 올라가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된다.

지난 7일 한라산에 첫 단풍이 들었다. 첫 단풍은 산 전체로 보아 정상에서부터 20% 가량 단풍이 들었을 때를 말한다.

한라산 곳곳에 단풍이 들었다 할지라도 체감적으로 느끼는 '첫 단풍'은 개인적으로 모두 다를 수 있지만, 제주지방기상청에서는 해발고도 968m인 어리목 한라산 국립공원관리사무소에서 바라보는 한라산을 단풍 관측지점으로 계속해서 사용하고 있다.

올해 한라산의 첫 단풍은 작년보다 7일, 평년보다 8일 먼저 왔다. 일교차가 큰 날씨 때문인데, 식물(낙엽수)은 일 최저기온이 5도 이하로 떨어지기 시작하면 단풍이 들기 시작하고, 단풍의 시작 시기는 9월 상순 이후 기온이 높고 낮음에 따라 좌우되며 일반적으로 기온이 낮을수록 빨라지고, 높을수록 늦어진다. 올해 제주의 9월 평균기온은 23.0도로 작년 23.9도보다 0.9도 낮았고, 평년 23.5도보다 0.5도 낮았으니 한라산의 단풍이 빨리 물들만 하다.

단풍은 기온이 떨어지면서 잎 속 엽록소의 분해로 노란 색소인 카로티노이드 색소가 드러나게 되면 노란색으로, 광합성 산물인 잎 속의 당분으로부터 많은 효소 화학반응을 거쳐 안토시아닌 색소가 생성되면 붉은색으로 나타나게 되며, 타닌성 물질이 산화·중합돼 축적되면 갈색이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렇게 생성되는 단풍은 여름이 덥고 일조시간이 긴 때, 태풍 등의 영향이 적은 때, 가을 밤·낮의 온도차가 큰 때, 가을 대기의 건조에 의한 지중 수분이 감소할 때와 같이 기상학적으로 좋은 조건을 만나면 더욱 더 아름답고 오색찬란한 단풍이 된다.

한라산 단풍의 절정은 산 전체 중 80% 가량 단풍이 들었을때를 말하는데, 올해 한라산 단풍 절정시기는 첫 단풍 이후 약 2주후인 10월 하순께에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한라산 최고의 가을 단풍코스는 단연 영실코스를 들 수 있다. 영주십경의 하나인 영실기암의 단풍은 깊어가는 한라산 단풍을 배경으로 가을단풍 산행의 진수라 할 수 있다. 이 밖에 한대오름 가는 길, 관음사코스 용진각계곡 단풍 등을 둘러봤다면 제주도 단풍을 모두 만끽했다 할 수 있다.

제주도로 언제 단풍놀이 올지를 고민하시는 분들을 위해 제주지방기상청은 인터넷 홈페이지(http://jeju.kma.go.kr)를 통해 한라산은 물론 전국의 주요 유명산의 단풍 실황정보를 제공하고 있으며, 오는 31일까지 단풍 사진 또는 동영상을 촬영해 홈페이지에 공유하면 상품도 탈 수 있는 '우리동네 단풍소식 전하기' 이벤트를 실시하고 있다.

봄은 하늘거리는 꽃 향기에 취하고, 가을은 우리 몸과 마음을 살찌우는 성숙의 계절이다. 이 좋은 가을에 가족 또는 지인 등 삼삼오오 정을 나누며 즐겁고 건강하게 단풍구경을 상상하면 우리 삶이 더욱 알차고 아름다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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