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민포커스] 난개발로 몸살 앓는 한라수목원

▲ 건설이 중단된 호텔 건물이 '흉물'로 전락한 채 방치되고 있다. 고경호 기자
주변에 대형음식점·테마파크·커피숍 등 '우후죽순'
짓다만 폐건물 '흉물' 전락…벌채된 소나무도 발견
 
한라수목원 일대가 무분별한 개발로 신음하고 있다.
 
빈 땅마다 우후죽순 건물이 들어서고 있는 도심지와 별 차이 없을 만큼 개발의 그림자가 숲 속까지 침범, '도심 속 쉼터'가 아닌 '건물숲'으로 전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11일 한라수목원 입구를 확인한 결과 사거리에는 나무와 숲이 아닌 대형 음식점 건물이 들어서있었다.
 
사거리 왼쪽에는 지하1층·지상4층 규모의 건물이 소나무 군락지를 배경삼아 우뚝 솟아있었으며, 맞은편에는 지상 3층 규모의 음식점이 단체 관광객들을 맞이하느라 분주했다.
 
자연을 만끽하기 위해 한라수목원을 찾은 방문객들은 두 식당으로 오가는 차량들을 피하느라 진땀을 흘리는 등 되레 주객이 전도됐다.
 
사거리에서 100m만 걸어 들어가면 아름다운 숲의 광경 대신 '흉물'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고수익을 보장하며 홍보에 열을 올렸던 '분양형 호텔' 건물로 지난 2013년 건설이 중단되면서 수년째 방치되고 있다.
 
또 맞은편에는 지하1층·지상4층 규모의 공동주택 건설이 한창으로 녹색으로 덮여있어야 할 땅이 적갈색 속살을 드러낸 채 자욱한 흙먼지만 내뿜고 있었다.
 
몇 발자국만 옮기면 테마파크와 뮤지엄, 옷가게, 커피숍 등 진입로를 따라 길게 늘어선 '건물 행렬'이 보인다.
 
▲ 한라수목원 인근 신축 현장에서 뿌리 뽑힌 채 누워있는 7~8m 길이의 소나무가 발견됐다. 고경호 기자
특히 이제 막 터파기를 마치고 콘크리트로 메워놓은 신축 현장 바로 옆에는 7~8m 규모의 소나무가 뿌리 뽑힌 채 누워있었다.
 
'인적이 뜸한 새벽시간 소나무를 벌채하는 모습을 종종 목격했다'는 방문객들의 말을 실감케 했다.
 
한라수목원 내 주차장 동쪽 역시 커피숍과 편의점 등 상가건물이 차지, 공원지구라기보다는 관광개발지구를 연상케 했다. 한라수목원이 보존 대신 개발의 대상으로 전락한 것이다.
 
방문객 김영희씨(68·여)는 "야금야금 건물들이 들어서면서 쉼터를 뺏긴 듯한 기분을 지울 수 없다"며 "소나무 벌채를 목격해 한라수목원에 연락했지만 '허가받은 것이라 어쩔 수 없다'는 답변만 들었다. 시민들을 위한 수목원인지 외부인을 위한 관광시설인지 헷갈린다"고 토로했다. 고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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