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한 정치부 차장대우

요즘 정치권에서는 레임덕(lame duck)이란 말이 회자되고 있다. 원래는 기우뚱거리는 절름발이 오리를 말하는데, 일반적으로 임기 만료를 앞둔 공직자의 권력 누수 현상을 빗대어 표현하는 말이다.

특히 미국에서 대통령의 임기 만기를 앞두고 선거에서 지거나 2기째의 대통령이 중간 선거에서 여당을 승리로 이끌지 못할 경우 지도력에 혼선이 오는 것을 레임 덕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갈 무렵 대통령의 명령이 현장에서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레임덕 현상이 나타나곤 한다. 요즘에는 대통령만이 아니라 임기만료를 앞둔 모든 직책에 걸쳐 이 단어가 등장한다.

이번에는 입법부다. 정확히 말해서는 국회의원인데, 내년 총선을 앞두고 집중력이 떨어진 여야 의원들에게 레임덕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주 막 내린 19대 국회 마지막 국감은 매년 반복되던 맹탕, 막말, 부실 국감이란 비판이 예년보다 더 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굳이 꼬집자면 내년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의원들이 때마침 맞물린 선거구획정 논의나 공천방식에 신경을 더 쏟으면서 이번 국감은 이렇다 할 '국감 스타'도 눈에 띄는 '이슈'도 만들어 내지 못했다.

내년에 배지 한 번 더 달아보겠다고 몸은 국감장에 마음은 콩밭에 가 있는 의원들을 영리한 피감기관들이 모를 리 없다. 실제로 이번 국감에서는 이런 느슨한 분위기가 많이 노출됐다.

의원들의 질문에 "답변을 못하겠다"는 배짱은 물론 "시정하겠다"는 영혼 없는 무성의함이 쏟아졌지만 의원들 역시 딱히 문제 삼지 않았다.

어차피 공들여 답해봐야 질문하는 사람도 관심 없고 답변하는 사람 역시 지루하다는 것은 나도 알고 너도 안다는 식이다. 요령만 늘어난 의원들과 공직자들이 역할놀이에 집중하는 사이 국정의 '허와 실'을 파헤쳐 국민 삶의 질을 높이겠다는 취지의 국정감사는 '통과의례'에 불과해져 버린 셈이다.

결국 통렬한 정부·여당의 자기반성을 이끌어내겠다던 여권의 호언(豪言)은 허언(虛言)이 됐고 박근혜정부의 중간평가를 통해 정권교체의 정당성과 당위성을 만천하에 알리겠다는 야권의 야심찬 포부도 '대답 없는 메아리'가 돼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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