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신효 제주한라대학교 관광경영학과 교수

최근 10여년간 제주도는 '제주국제자유도시 종합계획'에 근거한 체계적인 발전 과제 추진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정량적·정성적 발전을 이뤘다. 특히 관광산업 분야에서는 단기간에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뤘다.

연간 제주도 방문 전체 관광객 숫자는 2005년 500만명을 돌파한 이래, 지난해 1200만명을 돌파했다.

외국인 관광객도 2005년 37만 9000여명에서 지난해 330만명을 넘어섰다. 특히 최근 들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태국, 베트남, 싱가포르 등 아시아권 국가 관광객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고 지난해 한·러 무비자협정 발효로 러시아 관광객의 증가도 눈여겨 볼만하다.

지난 5월 보건산업진흥원이 발표한 '2014년 외국인환자 유치실적 조사결과'에 따르면 러시아인은 우리나라 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외국인 환자수에서 3위를 차지했다. 전년 대비 증가율이 32.5%로 1~2년내에 2위인 미국을 앞지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2014년 기준 1인당 평균 진료비는 349만원으로 중국인 177만원, 미국인 156만원에 비해 2배 정도다.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 환자의 전년대비 증가도 각각 177.8%와 40.2%로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도 불구하고 도내 4개 대학에 개설된 외국어 및 외국학 관련 학과는 영어, 일본어, 중국어, 독일어에 제한돼 있다.

도내 유일의 외국어 특성화 고등학교인 제주외국어고등학교에도 영어, 일본어, 중국어, 스페인어과만 개설돼 있으며 고등학교 제2외국어도 중국어와 일본어에 편중돼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제주국제자유도시의 성공과 관광산업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외국어 전문인력 양성 패러다임에 변화가 필요하다.

첫째, 고등학교와 대학, 산업체에 이르기까지 연계 외국어교육 체계가 필요하다. 제주도 차원에서 고등학교부터 대학 진학, 산업체 취업까지 연결하는 재정지원사업(가칭 '국제자유도시 제주형 Uni-Lang사업') 추진을 통해 대학 입시 부담을 경감시켜주고 산업체의 주문식 교육과정 이수를 통해 취업도 보장받는다면 외국어 전문인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

둘째, '제2외국어 거점 고등학교 지원사업'을 통해 일부 외국어에 일률적으로 편중돼 있는 고등학교 외국어 교육을 다양화할 수 있고 고등학교 진학 시점에서 본인이 원하는 제 2외국어에 대한 선호와 장래 진로를 고려, 학교를 선택할 수 있다.

셋째, 제주외국어고등학교의 특성화에도 도차원의 행·재정적 지원이 필요하다.

모든 재학생들에게 의사소통중심의 영어 과목은 필수적으로 이수하게 하고 기존 학과를 영일과, 영중과, 영서과로 개편해 수요에 따라 러시아어 과목을 추가한 영노과나 아랍어 과목을 추가한 영아과를 개설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넷째, 각 대학 차원에서도 다양한 제2외국어 개설이 필요하다.

구조개혁과 정원 감축의 바람이 불고 있는 현 시점에서 외국어 관련 신규 학과 개설은 힘든 현실인 점을 고려할 때 다양한 제 2외국어 선택 과목 개설을 통해 학생들에게 외국어 수강 기회를 확대시켜주는 것도 한 방안이다.

마지막으로 도민 평생교육 시스템을 이용한 장기적이고 다양한 수준별, 부문별, 언어별 외국어 교육 계획이 필요하다.

영어, 중국어에 편중돼 있는 외국어 교육에서 탈피, 러시아어, 베트남어, 마인어, 아랍어, 태국어 등으로 확대해 공항, 면세점, 호텔, 음식점, 유원지 등 맞춤형 외국어 교육을 수준별로 운영해야 한다.

특히 매년 꾸준한 증가세에 있고 1인당 진료비 지출이 높은 러시아를 비롯한 구 소련 국가 의료관광 외국인들을 응대할 수 있는 의료관광 러시아어 전문 인력 양성도 시급하다.

이러한 외국어 관련 정책을 추진함에 있어 간과하지 말아야할 것은 단기간에 큰 성과를 요구하거나 기대하기보다는 외국어의 특성을 고려, 인내심을 가지고 지속적인 지원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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