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영기 한라도서관장

우리 모두는 말귀가 막 열리는 어린 시절부터 주변에서 꾸준히 독서의  중요성을 누누이 들어왔을 것이다.

독서에 관해 말할 때 당나라의 시성 두보의 시에 등장하는 '남아수독오거서(男兒須讀五車書, 남자는 모름지기 다섯 수레의 책을 읽어야 한다)'라는 유명한 문구를 떠올리게 된다.

컴퓨터 시대에 접어든 오늘날에 이 말은 얼핏 고루한 말이 될지도 모르겠다. 여러가지 다양한 이야기가 컴퓨터 속에 다 있으니 말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세계 1위의 부자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가 말하는 성공의 비결 중에 중요한 하나는 바로 독서였다고 한다.

하버드 법대를 졸업하고 디지털 시대의 선도자가 된 그가 한 유명한 말을 소개한다. '컴퓨터가 책을 대체할 수 없다. 오늘날의 나를 있게 한 것은 우리 동네 도서관이었다. 하버드대학 졸업장보다 소중한 것이 독서하는 습관이다'

어린 시절 심지어 백과사전까지 두루 읽어보지 않는 책이 없었고 지금도 손에서 책을 놓지 않는 독서광인 빌 게이츠의 예를 보면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변하지 않는 독서의 중요성을 새삼 느껴 본다.

독서에 대해 설명하다 보니 필자의 영원한 영웅 안중근 의사의 일화를 소개하지 않을 수 없다.

1910년 3월26일 오전 사형집행이 있기 전 그의 마지막 소원은 읽던 책을 마저 읽게 해달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5분 동안 책을 다 읽고 어머니가 지어준 수의를 입고 고맙다는 말과 함께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일일불독서 구중생형극(一日不讀書 口中生荊棘,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생긴다)'

오늘날의 도서관은 단순하게 장서를 비치하는 곳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문화행사를 병행하고 있다.

제주지역 공공도서관과 작은도서관이 참여하는 '도서관 책 잔치'를 벌이는가 하면 도내 공공도서관에서도 다양한 연령층을 대상으로 독서프로그램을 연중 운영하고 있다.

또한 제주에서 쉽게 만나지 못하는 작가와 함께 하는 초청강연회를 비롯해 북 콘서트, 어린이를 위한 인형극, 시가 흐르는 도서관 시낭송회, 독서 관련 전시 체험마당을 연중 운영하면서 '책 읽는 제주' 만들기 운동에 앞장서고 있다.

아울러 도민들의 독서문화 진흥을 위한 제주인문 독서아카데미, 독서 지도자 과정, 독서문화학교, 청소년 인문학도서관, 소외계층 대상의 '도서관과 함께 책 읽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독서 생활화에도 힘쓰고 있다.

특히 도민 모두가 행복을 느낄 수 있는 '독서의 달 책 축제' 등 다양한 독서·문화 행사 개최로 복합문화 기관으로 거듭 태어나고 있다.

이와 함께 제주지역 정보중심기관을 역할을 다하기 위해 공부방으로 인식돼 온 열람실을 과감하게 없애고 그 중심에 신간 도서를 비치 운영함으로써 도서관 이미지를 새롭게 느끼도록 운영하고 있다. 일반자료, 외국도서, 어린이도서, 제주문헌 등 도민의 원하는 자료를 분야별로 최단 시일 내에 20만여권의 장서를 확보하기도 했다.

이처럼 한라도서관은 단지 하나의 공공도서관로서의 역할보다는 제주지역 모든 도서관을 연결하고 지역 공공도서관이 발전할 수 있도록 돕는 도서관을 위한 도서관으로서 자리매김하고 있다.

우리 제주에도 선진국의 도서관처럼 모든 도민들이 편하고 자유롭게 책을 읽고, 사색하고, 글을 쓰고, 문화를 공감할 수 있는 멋진 도서관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한라산에 단풍이 내려앉고 있는 이 가을에 가까운 도서관을  내 집처럼 이용하면서 제2의 빌게이츠가 제주에서 탄생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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