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필진 구성부터 진통 예상…일선 교육계 반발도 변수

▲ 황우여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2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공용브리핑룸에서 그동안 민간 출판사가 발행해온 중·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를 2017년부터 국가가 발행하는 국정교과서로 결정한 배경과 추진 계획등을 설명하고 있다. 야당과 역사학계, 교육계에서는 국정 교과서가 민주주의에 역행한다며 반발하고 있어 사회적으로 커다란 파장이 예상된다. 왼쪽부터 이배용 한국학중앙연구원장, 김재춘 차관, 황 부총리, 김정배 국사편찬위원장, 김호섭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
교육부가 12일 중학교 '역사'와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를 국정으로 바꾸기로 확정하면서 국정화 작업의 공식적인 첫걸음을 내디뎠다.
 
교육부는 다음달부터 산하 기관인 국사편찬위원회에 위탁해 교과서 개발에 본격적으로 착수할 예정이다.
 
아울러 역사교과서에 검정제를 도입하고 나서 이념 논쟁과 편향성 논란이 계속됐다며 국정 교과서를 '올바른 역사교과서'로 명명했다.
 
하지만 학계와 교육계에서 국정화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여전히 거센 만큼 2017년부터 학교 현장에 국정교과서가 안착하기까지는 험로가 예상된다.
 
◇ 집필기간 1년…집필진 및 편찬심의회 다양한 전문가로 구성
 
교육부는 이날 중학교 '역사'와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 전환을 포함한 '중·고등학교 교과용도서 국·검·인정 구분안'을 행정예고했다.
 
행정예고 기간은 내달 2일까지 20여 일이고 국·검·인정 구분안은 내달 5일 고시된다.
 
김재춘 교육부 차관은 브리핑에서 "행정예고 기간 의견을 수렴해 최종적으로 확정·고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절차상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뜻이지만 정부가 야당, 학계, 교육계 등의 반발을 무릅쓰고 국정화를 결정한 만큼 방향이 달라질 가능성은 희박하다.
 
행정절차가 마무리되면 국사편찬위원회가 11월 중순 교과서 집필진 및 교과용도서 편찬심의회를 구성회를 구성하고 교과서 집필은 11월 말 시작된다.
 
교과서 집필기간은 내년 11월 말까지 1년 동안 진행되므로 충분하다는 것이 국사편찬위원회의 설명이다.
 
국사편찬위원회는 교과서 개발에 다양한 전문가를 참여시킨다는 구상이다.
 
집필진에 역사학자뿐 아니라 정치·경제 전문가도 참여하게 하고 편찬 과정에서 수정·보완에 관여하는 편찬심의회를 역사·교육· 국어·헌법학자, 교사, 학부모 등으로 다양하게 꾸리겠다는 것이다.
 
내년 12월에는 집필된 교과서 감수가 시작된다.
 
전문기관의 감수를 거친 심의본이 나오면 인터넷에 공개되고 교사연구회 및 전문가의 현장 적합성 검토를 거쳐 2017년 3월부터 학교에 보급된다.
 
◇ 국정교과서 집필진 구성 과제…황우여 "내락받은 분 많아"
 
교육부가 목표로 내세운 국정 교과서는 '올바른 역사교과서'다.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브리핑에서 작심하고 현행 검정 교과서들이 역사적 사실의 오류와 이념적 편향성으로 학생들을 혼란하게 하고 국론을 분열시킨다고 비판했다.
 
북한의 주체사상의 선전 문구를 무비판적으로 인용하거나 6·25전쟁의 책임이 남한에도 있는 것처럼 기술했다고 구체적인 사례도 들었다.
 
황 부총리는 "하나의 교과서에 사회적 합의와 통설을 중심으로 기술하되 무게 있는 다양한 이설은 병기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정 교과서는 집필부터 제대로 진행될지 우려하는 시선이 적지 않다.
 
김정배 국사편찬위원장은 "집필진 구성은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며 젊은 학자부터 명망있는 명예교수까지 노장청을 아우를 것이라고 밝혔다.
 
심지어 과거 1970년대 국정 교과서를 썼던 집필진이 현행 검정 교과서 집필진보다 훌륭하다는 평가를 내렸다.
 
또 교육부와 국사편찬위원회는 집필진 구성에 이미 상당한 진척이 있다는 뜻도 내비쳤다.
 
김정배 위원장은 전문가를 공모할뿐 아니라 초빙하는 방안도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황우여 부총리도 "어느 정도 내락을 받은 분들이 많이 계신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집필진을 구성하는데 진통이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등 일부 전문가들은 국정 교과서 집필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상태다.
 
집필진을 어렵게 꾸리더라도 진보와 보수 학자의 균형을 맞추지 못하면 또다시 편향성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김정배 위원장은 집필진 명단을 공개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집필에 들어가면 그때는 아마 공개될 것"이라고 답했다.
 
명단이 공개되는 만큼 학자들이 집필에 참여하기에 적지 않은 부담을 느낄 수 있다.
 
교과서 개발보다 더 큰 문제는 교육 현장의 반응이다.
 
김승환 전북교육감은 이날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는 '정권 교과서'를 만들려는 것이라고 비판하며 '대안교과서'나 '보조 교재'를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학교는 국정 교과서가 보급되면 무조건 써야 하지만 교사들이 대안교과서나 보조교재도 활용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국정 교과서가 국정화를 반대하는 교사들에게 외면받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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