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현 교육문화체육부 차장

'(남로당이) 봉기를 일으켜 경찰서와 공공기관을 습격하였다. 이때 많은 경찰들과 우익인사들이 살해당하였다. 사건을 수습하는 과정에서는 무고한 양민의 희생도 초래되었다' 이 내용은 2013년 파문을 일으켰던 교학사의 국사교과서의 내용이다. 교학사의 기술대로라면 제주4·3은 남로당의 봉기가 주된 원인이며, 양민희생은 사건수습과정에서 어쩔 수 없는 상황으로 표현했다. 심지어 노무현 정부가 공식 채택한 '제주4·3사건진상조사보고서' 내용도 인정하지 않았다.

당시 제주4·3희생자유족회는 물론 제주도민 사회는 강력히 반발하며 정부 국사편찬위원회에 제주4·3을 표현한 내용을 전면 수정하라고 요구했지만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우편향적으로 치우친 교학사 교과서는 제주4·3은 물론 현대사에 있어 상당한 부분이 오류나 왜곡됐지만 별다른 수정없이 교과서로 채택됐다.

다행히 당시 교학사 국사교과서를 선택한 학교는 제주지역에서는 전혀 없었고, 다른 지역에서도 일부 학교에서 선택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으며 결국 취소하는 등 사실상 활용되지 않았다. 하지만 정부는 좌편향으로 치우친 국사교과서 내용을 바로 잡는다는 명분으로 정부가 통합 편찬하는 국정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야당을 비롯해 역사학자, 교육계에서는 우편향적인 국사교과서가 철저히 외면받자 하나의 교과서로 만들어 사실상 강제로 사용토록 하겠다는 속셈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벌써부터 2017년도에 적용되는 통합국사교과서가 제2의 교학사 교과서로 변질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부의 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은 제주사회도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제주 교육계와 시민사회단체는 정부 주도로 국사교과서가 편찬될 경우 제주4·3은 어떻게든 새롭게 기술될 수밖에 없고 또 다시 해묵은 이념논쟁에 빠질 우려가 크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교학사 교과서보다도 4·3에 대한 왜곡과 폄훼가 더욱 심각할 것으로 걱정하고 있다. 제주도와 도교육청 그리고 도의회를 비롯한 모든 도민사회가 국사교과서 국정화에 대해 예의주시해야 하며,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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