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진 한의사

진료를 하다보면 체질에 관한 문의를 많이 받는데 쉽지 않은 질문이다.

심심풀이로 '무슨 체질이냐'라고 물어보는 분부터 인터넷검색으로 체질식을 알아서 챙겨 드시면서 실력을 떠보자는 식으로 '무슨 체질로 보이세요' 라고 묻는 분들도 계신다.

체질식을 맞게 드시는 분도 계시지만 다른 체질의 음식을 드시고 탈이 나서 내원하는 분들도 종종 있다.

특히 사상체질을 잘못 선택, 실제로는 맞는 음식임에도 불구하고 입도 대지 않는 안타까운 상황들도 있는 걸 보면 사상체질로 인해 생각지도 못한 폐해가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렇게 사상체질로 인한 혼란이 빈발하는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사상체질의학이 의학 전공자가 아니더라도 배우고 익히기 쉽다는데 있다.

이제마 선생은 홀로 몇 명의 환자를 낫게 하는 것에 목적을 두지 않고 쉽게 의사를 양성하는 방법과 자신의 몸을 쉽게 구완할 수 있는 대안으로 사상의학을 창제했다.

그러다보니 사상의학에는 '몹시 간략하면서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처럼 쉽고 효과적인 의학임에도 유일한 걸림돌이 있으니 바로 체질 확진이다.

가장 효과적이고 반론의 여지가 없는 확진 방법은 체질한약을 먹어보는 방법이다.

그 이유는 사상의학의 이론적 매커니즘이 '탕증약리(증상에 대한 탕약의 약리효과)'를 바탕으로 하는데 있다.

이처럼 체질에 대해서 한 번에 어떤 체질임을 예상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확진을 위해선 한의사의 지시에 따라 탕약을 소량이라도 투약하면 된다.

이 과정이 번거로울 수 있다. 그런데 병원에 가서 뼈가 부러졌는지 의사에게 물어보는 것이 의미가 없다. 확진을 위해 X-ray를 찍어야 의사도 확진할 수 있다. 한의사에게 확진할 수 있는 기회는 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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