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 '이념전쟁'에 연말 개혁·민생입법 험난 예고
개각 시기·폭도 고민…北변수 관리·한일정상회담도 고심

▲ 방미 일정을 마친 박근혜 대통령이 18일 새벽 서울공항에 도착, 전용기에서 내리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18일 나름대로 굵직한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 속에 빡빡한 일정의 미국 방문을 마치고 귀국했지만 마음놓고 휴식을 취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자신의 부재시 쌓인 각종 국내 현안과 당장 맞닥뜨려야 하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방미 출국 당일인 지난 13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국내에 산적한 현안들이 많이 남아 있어서 걱정"이라고 말했던대로 그 국내 현안의 한복판으로 돌아온 것이다.
 
 
우선 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방침을 둘러싼 정치권의 논란이 더욱 확산할 기미를 보이는 점이 박 대통령으로서는 가장 큰 골칫거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이 출국 직전 긴급 수석비서관회의를 소집, 국정화 추진 배경을 소상히 밝히면서 강력한 추진 방침을 천명했지만, 이를 바라보는 여론은 우호적인 방향만은 아니다.
 
한국갤럽이 지난 16일 발표한 주간 여론조사(13∼15일 성인 1천3명 대상 전화인터뷰,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 결과 박 대통령 직무에 대한 긍정평가는 지난주보다 4%포인트 하락한 43%로 조사됐다. 한국갤럽은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 발표를 지지율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했다.
 
여권은 이번 국정화 방침이 심각한 좌편향에 왜곡·오류가 상당한 검인정 체제 역사교과서를 정상화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점을 부각시키며 여론에 호소할 계획이지만 '유신회귀', '친일미화' 등을 내세운 야당의 공세를 제대로 돌파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역사교과서를 둘러싸고 번진 정치권의 논쟁이 정부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박 대통령으로서는 부담이다.
 
여야의 역사교과서 공방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고, 강력한 국정화 저지 방침을 세운 야당이 장외투쟁을 쉽게 접지 않을 것으로 보여 이번주 시작되는 국회의 내년도 예산안과 각종 법률안의 심의·의결 절차가 험난할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어서다.
 
이럴 경우 노동개혁 관련 입법은 물론 국회에서 장기간 표류해온 경제활성화 및 민생 관련 법안 통과,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국회 비준까지 그동안 박 대통령이 공을 들여 추진했던 사안들의 처리는 모두 어려워질 수 있어 박 대통령이 어떠한 해법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이와 함께 내년 총선이 갈수록 다가오면서 국회의원을 겸직하고 있는 이른바 '정치인 장관'의 국회 복귀에 맞춘 개각 시점과 폭을 결정하는 것도 박 대통령의 귀국 후 고민 리스트에 올라갈 전망이다.
 
청와대 참모들은 개각 시기와 방식에 대해서는 "대통령께서 결정할 일이고, 대통령만 알고 있을 것"이라며 철저히 함구하고 있지만, 정치권에서는 박 대통령이 조만간 개각을 단행할 것이라는 얘기가 계속 나돌고 있다.
 
안보나 외교 측면에서도 녹록지 않은 현안이 여전히 남아있다.
 
당장 20일부터 26일까지 금강산에서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진행될 예정인 가운데 각종 도발 등 북한 변수에 대한 관리는 필수적인 상황이다.
 
지난달 초 중국 전승절 방문과 같은달 말 유엔총회 참석에 이어 미국 방문까지 굵직한 정상외교 일정이 어느 정도 마무리됐지만 서울에서 열릴 예정인 한중일 정상회의가 2주 앞으로 다가왔고, 이를 계기로 성사 가능성이 큰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의 첫 한일정상회담도 박 대통령으로서는 상당히 신경써서 준비해야 할 이벤트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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