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민 영국왕립건축사·논설위원
요즘 목조 주택이 한층 인기다. 일본에서 조사한 한 자료에 따르면 목조 주택에 사는 사람의 평균 수명이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집에 사는 사람보다 약 10년 정도 많다고 하니 건강에도 좋은 것만은 확실해 보인다.
그 이유는 아마도 나무가 숨을 쉰다고 하는 표현처럼 통풍이 잘되고 습기를 조절할 수 있는 등 자연 재료의 힘이자 능력 때문일 것이다.
반면 콘크리트는 철근, 자갈, 시멘트의 조합으로 튼튼하고 저렴해서 교량이나 아파트에도 흔히 쓰인다. 그런데 재료 자체가 몸에 해롭지는 않을지언정 좋다고 하기도 어렵다.
필자가 대우 건설에서 아파트 현장 기사로 일하던 시절 간혹 콘크리트 물이 손에 묻은 채로 현장 청소를 하고 나면 금방 습진이 돋았던 기억이 있다.
일종의 독성을 갖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만큼 저렴하면서도 다양한 형태를 구현할 수 있는 대안은 아직까지도 찾지 못했다.
대량 생산을 위해 싸게 빨리 지어야 하는 아파트에는 최적의 재료인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서구에서 산업자본주의의 발전과 더불어 짧은 시간에 많은 집을 짓기 위해 개발된 것으로 당연히 친환경이나 건강과는 거리가 있다.
위와 같은 이유들로 요즘 아파트를 떠나 집을 지어 살려는 분들 중에서 목조 주택을 고려하는 경우가 많다.
저 푸른 초원 위에 전원 주택을 짓고 살고 싶은 소망도 한몫을 한다. 또한 그것은 대체로 자재가 규격화돼 있고 세부 디테일들이 표준화된 시공 시스템을 적용하다 보니 시공 속도가 빠른 편이다.
재료가 주로 캐나다나 뉴질랜드에서 수입하는 소나무이고 미국에서 지어지는 목조 주택 시공법을 응용한 결과다. 콘크리트로 짓는 것만큼 빠르고 가격도 그리 높지 않은 장점까지 갖추게 된 것이다.
그런데 이런 장점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주에 많이 지어지기 때문에 두드러지는 아쉬운 점이 있다.
다름아니라 바로 제주라는 독특한 지역성과의 관계, 현무암이 갖는 강한 물성과 목조 주택의 이국적 양식, 모습을 어떻게 연결할 수 있을 것인가의 문제이다.
아파트는 태생적으로 지역을 고려한 건축이 아니다. 전국 어디에 지어지든 똑같은 브랜드와 담장, 열지어선 콘크리트 구조물로 대표된다. 하지만 주택은 다르다. 개별 건축으로서 그 지역 혹은 마을, 개인과 밀접한 관계를 맺으며 지어져야 한다.
비록 콘크리트로 지어진다고 할지라도 그 지역에 맞는 재료와 공간 구성을 통해서 그 곳에 안착된다. 그런데 새로 지어지는 목조 주택들은 전원 주택 서적에서 튀어나온 듯 예쁘고 깔끔하지만 생경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어디 한군데라도 모여있으면 그나마 나은데 우후죽순처럼 여기저기 들어서다 보니 토속적인 제주의 기존 건축들과 충돌하기 십상이다.
해외에서 검증되고 표준화된 디테일들을 그대로 적용하다 보니 효율적이고 실용적인지는 몰라도 외부의 경관이 우리 지역과 잘 맞지 않아 보이는 지도 모른다.
물론 요새 지어지는 목조 주택을 모두 폄하하는 것은 아니지만 평균 이상이다. 하지만 천편일률적으로 전국 어디에 똑같이 지어지는 아파트처럼 개별적으로 지어지는 단독 주택조차 같은 문제를 반복할 수는 없다.
한 채씩 지어지는 집은 그 지역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 나무로 지은 집에서 사는 것이 건강에 좋고 시공도 간편하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제주라는 지역을 고려한 디자인은 반드시 시도돼야 한다.
요즘 제주가 좋아서 방문하다 못해 결국 이주까지 결심하게 되는 흐름이 미래에도 이어지기 위해서는 우리만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건축을 지속적으로 만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