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두성 이사 논설위원실장

군인공제회는 군인 및 군무원의 생활안정과 복지증진을 도모하기 위해 1984년 창립된 국군의 종합복지기관이자 9조2000억원의 자산에 7개 산하 사업체를 거느린 거대 기업이기도 하다.

전국 17만 회원을 보유한 군인공제회가 제주에서 처음 벌인 사업이 "중국인 전용 체류형 리조트 개발을 통해 중국 관광수요를 견인하겠다"며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 지역을 대상으로 삼은 '록인제주 체류형 복합관광단지 조성사업'이다. 이 사업을 위해 군인공제회가 제주에 설립한 자회사인 ㈜L사는 2011년 3월 제주도에 개발사업시행 승인을 위한 관련서류를 제출, 우근민 도정 말기인 2013년 12월31일 개발사업 시행승인을 받았다.

이날자 제주도 고시를 통해 L사는 2756억원의 사업비를 투입, 가시리 622번지 일원 52만3354㎡의 부지에 콘도미니엄 392실, 호텔 및 테마상가 76실, 박물관·메디컬센터를 갖춘 불로장생 테마파크, 군인공제회 및 국내외 기업이 활용할 수 있는 연수원 등을 짓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L사가 제주도로부터 승인을 받은지 2년 반 이상 지나도록 착공도 하지 않은 채 허송세월하고 있던 가운데 군인공제회가 지난 8월 L사의 주식 지분 90%를 중국기업에 매각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사업부지 매입자금을 포함해 187억여원인 L사의 자산규모를 300억원으로 평가, 90%의 지분에 해당하는 270억원을 받고 L사를 중국측 Z주식회사에 팔아넘긴 것이다. 결국 10%(30억원 상당)의 주식을 남겨둔 군인공제회는 복합관광단지 조성사업을 통해 100억원대의 차익을 남기고 속칭 '먹튀'를 한 셈이다.

특히 군인공제회는 이미 오래 전부터 자회사 매각을 준비해온 것으로 드러나 비판의 목소리가 더욱 높다.

지난해 7월 L사가 중국 투자회사와 업무협약을 체결한데 대해 가시리지역 주민 등이 땅장사를 하려는 것이 아니냐고 지적(본보 2014년 7월 9일자 2면 '군인공제회 땅장사 의혹 논란' 보도)하자 극구 부인한 바 있다. 당시 군인공제회는 "자회사를 중국측에 매각한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며 "사업비 규모가 크기 때문에 투자유치 차원에서 협의하는 과정"이라고 답변했다. 결과적으로 1년여만에 군인공제회의 거짓말이 들통나면서 주민들은 울분을 터뜨리고 있다.

L사는 제주도에 사업계획서를 제출한 직후인 2011년 3월 마련한 주민설명회에서 군인공제회 연수원을 조성하고 인근 지역주민을 고용,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겠다고 강조했다. 상가 임대 시 지역주민에게 우선권 부여, 총 고용(497명) 중 지역주민 381명 채용 등 구체적인 지역주민 고용계획까지 밝힌 L사를 매각한 군인공제회가 이제 와서는 중국측 Z사가 알아서 할 것이라며 발뺌을 하고 있다. 당초 군인공제회의 말만 믿고 사업부지 일부를 선뜻 팔아준 지역주민들이 군인공제회를 성토하는 것은 당연하다.

군인공제회로부터 L사를 사들인 이후 중국기업이 보여주고 있는 행태도 지역주민들을 자극하고 있다. 주민들은 Z사가 당초 사업목적인 복합관광단지 조성보다 한꺼번에 투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콘도미니엄을 대폭 늘기기 위한 설계변경을 추진중이라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들은 그러면서 Z사가 제주도와 도민의 정서적 반발을 피하기 위해 일단 착공식부터 가진 뒤 설계변경 신청에 나설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군인공제회나 제주에 자본을 투자한 중국기업 모두 수입창출에 큰 목적이 있는 만큼 정당한 기업활동을 통한 이윤추구까지 막을 수는 없다. 그러나 공기업으로서의 역할도 요구되는 군인공제회마저 토지를 투기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법을 떠나 도덕적으로 지탄을 받기에 충분하다.

앞으로 지역주민들에 대한 약속이 제대로 지켜질지, 중국기업에 의한 먹튀가 재발하지는 않을지 표선면지역 주민들뿐만 아니라 대다수 도민들은 이 복합관광단지 조성사업의 진행과정을 유심히 지켜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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