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진 한의사·제민일보 한의학자문위원
1882년, 동무는 조선말 혼란스런 격동기를 겪으며 인간의 선악에 대한 고찰을 묶어냈다. 사상의학을 창시하기 전에 철학서를 저술한 것이다.
동무가 철학에서 의학을 아우르는 여정을 통해 증명하고자 하는 것은 마음과 몸의 하나 됨이며 캄캄한 세상에 등불이 되기를 바랐다. '이런 암흑의 시기에 사기를 막고 진실을 회복하는 등불 정도는 되지 않겠는가.
독행(獨行)편에 담긴 내용을 옮겨 본다. '좋은 것도 동시에 나쁜 점이 함께 있음을 안다면 중립해 기울어지지 않을 것이다. 추한 것도 동시에 아름다움이 함께 있음을 안다면 화목해 치우치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하면 자연히 홀로 꿋꿋이 갈 수 있게 된다. 그렇게 홀로 세상을 갈 줄 알게 되면 마음이 흔들리지 않는다'
유학에서는 인간을 인의예지의 본성을 갖춘 도덕적 인간인 동시에 희로애락의 감정을 갖춘 정서적 인간으로 보았다. 유학에 바탕을 둔 동무의 '중용'은 가운데가 아니라 모든 극단적 상황들을 포용할 수 있는 상태다.
중용은 홀로 있을 때에도 스스로를 삼가는 신독(愼獨)과 밀접하다. 스스로의 내면에 대해 주체적으로 책임을 지는 자세가 홀로 행하는 독행이며 그 행함에 덕을 지향하면 두로 통하는 박통(博通)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사람의 마음에는 술을 좋아하고 색을 좋아하고 재화를 탐하고 권세를 탐하는 경향이 누구에게든지 있다. 이런 경향 중 지독한 욕심이 어느 한 방면으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착 달라붙은 지독한 놈을 잘 극복하면 그 나머지 덤덤한 욕심들은 저절로 극복되게 마련이다'
지독한 욕심을 태양인의 도둑질, 소양인의 게으름, 태음인의 사치함, 소음인의 빼앗음으로 표현했다. 다음시간에는 체질의 경향과 독행법을 알아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