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5자회동…초반 덕담 끝나고 곧바로 '설전' 돌입
한치 양보없는 '30분 격론'…文 "중단하라"·金 "그만하라"
金대표가 교과서논쟁 전면 나서고, 朴대통령은 지원사격
文 "왜 보자고 했는지 알수 없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원유철 원내대표,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 이종걸 원내대표의 22일 청와대 5자 회동은 108분 간 팽팽한 긴장감 속에 진행됐다.
 
역사교과서 문제로 여야가 한 치 양보없이 대치하는 정국의 난맥상을 반영하듯 어렵사리 만난 박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의 만남은 변변한 합의문 하나 내놓지 못한 채 끝났다.
 
회동 후 김 대표가 "박 대통령이 경제 한 번 살리겠다는데 야당이 너무하다"고 야당에 불만을 토로하고, 문 대표는 "거대한 절벽을 마주한 것 같은 암담함을 느꼈다"고 답답함을 호소할 정도로 양측의 간극은 컸다.
 
이날 회동은 회동 형식이나 대변인 배석 문제를 놓고 결렬 위기를 맞을 정도로 진통을 겪었지만 화기애애한 분위기속에 시작됐다. 7개월만에 만난 박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는 초반 언론에 공개된 장면에서 덕담을 주고받는 등 밝은 모습을 연출했다.
 
박 대통령과 문 대표는 이날 종료된 남북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놓고 소회를 주고받았고, 원 원내대표는 "이종걸 원내대표 이름에 '종'자가 들어가지 않나. 제 이름에는 '유'자가 들어가고… 그래서 19대 국회에서 '유종'의 미를 거뒀으면 좋겠다"고 농담도 던졌다.
 
그러나 부드러운 분위기는 여기까지였다.
 
회동이 비공개로 전환된 이후 문 대표가 대변인 배석을 재차 요구하면서 분위기가 냉랭해졌다. 이 과정에서 이 원내대표가 휴대폰 녹음이나 청와대 속기록을 요청하기도 했지만 끝내 거절당했다.
 
이후 박 대통령을 시작으로 야당 지도부, 여당 지도부 순서로 모두발언을 한 뒤 본격적인 대화가 시작됐고, 회동 주제를 놓고 각자 입장을 구체적으로 주고받기 시작하면서 회동장은 뜨겁게 달아올랐다.
 
치열한 설전은 주로 여야 지도부 사이에 전개됐고, 박 대통령은 논쟁이 뜨거워질 때면 직접 개입하는 대신 한 발 떨어져 경청하는 태도를 보였다고 한다.
 
특히 김 대표는 오픈 프라이머리 문제를 놓고 청와대와 대립하기도 했지만 이날만큼은 야당의 공격을 적극 방어하는 여당의 수장으로서 박 대통령과 호흡을 맞추려는 모습을 보였다.
 
이 과정에서 김 대표와 문 대표는 추석 연휴 기간 '안심번호 국민공천제' 도입을 발표한 것이 합의냐, 아니냐를 놓고 박 대통령 면전에서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예상대로 역사교과서 문제가 최대 쟁점이었다. 원 원내대표는 "30분은 얘기한 것같다. 거의 토론 수준으로 진행됐다"고 분위기를 전했고, 새정치연합 유은혜 대변인은 "전체의 40% 가량을 할애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새정치연합의 '투톱'은 작심한 듯 "국정교과서 추진을 중단하고 민생과 경제를 살려야 한다"면서 "친일·독재미화 시도를 중단하라"고 직설적으로 국정화 철회를 요구했고, 새누리당의 '투톱'은 "지금 참고 있는데 이제 그만 하라"고 불쾌함을 숨기지 않았다.
 
또 새누리당이 현행 교과서의 편향성 문제를 구체적으로 지적하고 새정치연합이 반박하는 과정에서 구체적인 교과서 출판사까지 거론할 정도로 세밀한 토론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어 '경제활성화 3법', 노동개혁,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내년 예산안 등의 주제에서도 양측은 사사건건 충돌하며 입장차를 여지없이 드러냈다.
 
박 대통령은 3년째 국회에 계류중인 경제활성화3법과 관련해선 "청년들이 너무 안타깝지 않느냐. 여기있는 분들의 아들딸이라고 생각하고…"라며 감성에 호소하기도 했다.
 
김 대표는 관광진흥법 개정안 처리 필요성을 설명하면서 학교근처 200m 이내에는 호텔건축을 금지한 현행법의 문제점을 지적하기 위해 서울시 초중고교를 빨간색으로 표시한 지도까지 미리 준비하는 정성을 보였다.
 
문 대표와 이 원내대표 역시 서류뭉치 봉투를 옆에 끼고 회동에 임했다.
 
그나마 박 대통령의 방미 평가는 부드러웠다. 김 대표는 "굳건한 한미동맹을 재확인하고 동맹 외연을 확대한 것은 큰 성과"라고 평가했지만, 새정치연합은 문 대표가 남북정상회담과 북미 간 대화 추진을 제안하자 박 대통령이 경청하는 분위기였다는 점을 부각했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김 대표는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이 짧은 임기 중에 경제 한번 살려보겠다고 법 몇 개 (처리)해 달라는데 어떻게 34개월 동안 발목을 잡으면서 안 해줄 수 있느냐"며 불만을 표시했다.
 
문 대표는 "한 마디로 왜 보자고 했는지 알수 없는 회동이었다", 이 원내대표는 "마치 국민 일상에서 벗어난 섬에 다녀온 느낌"이라며 촌평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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