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임위 예비심사 불발로 예결위 원안 심사가능성…2010년 '재판'
與 "볼모 정치 구태 안돼"…野 "교문·국방위 그냥 못넘겨"
예비심사 생략되면 '지역구 챙기기' 어려워 극한대치 피할듯

역사 교과서 국정화 논란이 한창인 가운데 한국형 전투기(KF-X) 사업의 책임론도 정기국회의 쟁점으로 떠오르면서 내년도 예산안 심사가 졸속으로 이뤄질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여야가 극한 대치한 끝에 4대강 사업 예산이 정부 원안만 놓고 심사된 지난 2010년의 상황이 재연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오는 27일 박근혜 대통령의 시정연설을 거쳐 28일 활동을 개시한다. 내달 9일부터는 소위원회가 가동돼 본격적인 감액·증액 심사에 돌입, 30일까지 예결위 전체회의를 통과시킨 뒤 법정 처리 시한인 오는 12월2일 본회에 상정할 예정이다.
 
 
국회 각 상임위원회는 예결위가 시작되는 오는 28일, 늦어도 소위가 시작되는 내달 9일까지는 예비심사를 마쳐야 한다.
 
 
그러나 교과서 국정화를 놓고 여야가 첨예하게 맞서면서 관련 상임위인 교육문화체육관광위에선 교육부 및 문화체육관광부의 예산안 심사가 차질을 빚고 있다.
 
새누리당은 교과서 국정화와 무관한 교육부 예산안을 전체회의에 상정해 소위 심사를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새정치연합은 교육부는 제쳐놓고 일단 문체부 예산안부터 심사에 착수하자고 맞서 전체회의 날짜조차 잡지 못한 상태다.
 
교문위 여당 간사인 신성범 의원은 25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야당은 누리과정에 대한 국고지원을 주장하면서 정작 교육부 예산안 심사를 거부하는 자가당착 행태를 보이고 있다"며 "교육부 예산이 졸속 심사되면 애꿎은 학생과 학부모만 피해를 본다"고 지적했다.
 
교과서 국정화는 본 예산이 아닌 예비비로 44억원을 투입하는 만큼 엄밀히 말해 국회에서 진행되는 예산안 심사와는 별개다. 하지만 예비비 책정이 '꼼수'라고 보는 새정치연합은 교육부 기본 경비를 대폭 삭감하는 것은 물론 10억원의 교육정책 이해도 제고 예산도 '국정화 홍보비'로 간주해 전액 삭감할 방침을 세웠다.
 
 
핵심기술 이전 실패로 정부 당국자들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진 KF-X 사업도 국방위 예산안 심사의 중요한 변수로 떠올랐다.
 
특히 새정치연합은 KF-X 사업 기술이전 불발과 관련, F-35 전투기를 도입하기로 한 차기 전투기(FX) 사업 예산까지 정부 원안대로 통과시킬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기술 개발·이전 대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KF-X 사업에 대한 근본적 재검토까지 요구할 태세다.
 
이에 대해 국방위 여당 간사인 김성찬 의원은 "논란이 조금 있을 수 있는 만큼 정부 예산안을 재점검할 필요는 있다"면서도 "자체 기술 개발이 가능하다는 정부의 설명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맞섰다.
 
이처럼 내년도 예산안 심사가 상임위 단계서부터 파행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예비심사가 기한을 넘기거나 아예 생략된 채 본심사로 들어갈 수 있다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고 있다.
 
예결위 관계자는 "예결위 의결 전까지 각 상임위 차원의 예비심사를 마치지 못해 정부 원안대로 예산안을 심사하게 될 경우 2010년 4대강 사업 이후 5년 만에 이례적인 상황이 재연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에도 국회의 심사를 받지 않는 수자원공사의 예산을 놓고 여야가 공방을 벌였으며, 이번에도 사전 심사가 아닌 사후 승인을 받는 교과서 국정화 예비비가 문제의 중심에 섰다는 점에서 '닮은꼴'이다.
 
다만, 상임위 예비심사를 거치지 않을 경우 내년 총선을 앞두고 현역 의원에게 가장 중요한 지역구 사업 예산의 비목(費目) 신설이나 삭감 예산의 복구가 불가능해지는 만큼 새누리당은 물론 새정치연합도 파국을 원치 않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는 "민생을 위한 예산안 심사를 다른 사안과 연계하는 건 후진적인 행태"라며 "교과서나 KF-X 등 논란이 있는 상임위라면 몰라도 그렇지 않은 상임위의 예산까지 볼모로 잡아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새정치연합도 현재로선 역사 교과서 같은 정치적 이슈를 전체적인 예산안과 연계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새정치연합 이춘석 원내수석부대표는 "지금 단계에선 (교과서 등과 예산안 심사를) 연계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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