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웅 자비정사·논설위원

공자는 73세까지 살았다.

당시로는 오래 산 편이다. 그가 노년에 이르러 살아온 평생을 되돌아보며 쓴 글에서 '열다섯살에 배움에 뜻을 세웠고 삼십에 이르러 자립하였다(吾十有五而志于學 三十而立)'고 했다.

열다섯살이면 지금으로는 중학교 2~3학년에 이르는 나이다. 이른 나이에 뜻을 세운 편이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 "뜻을 세우는 일 즉 입지(立志)"라고 말한 이는 율곡 이이(栗谷 李珥)선생이다.

율곡은 입지가 중요함을 누누이 강조하면서 40세에 지은 성학집요(聖學輯要)와 42세에 지은 격몽요결(擊蒙要訣)에서 첫째 장에 '입지(立志)'란 제목을 붙였다.

동양에서 '뜻을 세운다'는 말에는 자신이 세운 뜻에 목숨을 바친다는 각오가 배어있는 말이다.

하다가 안 되면 그만둔다는 식의 희망사항과는 차원이 다른 말이다. 공자는 15세 나이에 학문에 그런 뜻을 세웠기에 성인의 자리까지 오를 수 있었다.

일본 중부 지방에 나카쓰가와란 시가 있다. 그 시에 위치한 가또제작소라는 중소기업에서 기발한 실험을 했다.

토요일과 일요일에도 회사 설비를 놀리지 않고 계속 가동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를 고민하다가 '연금을 받고 있는 노인이지만 일하고 싶은 실버세대가 있을 것이다. 그들을 일꾼으로 모시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다.

그래서 다음의 내용으로 구인광고를 돌렸다. '의욕 있는 분들을 구합니다. 단, 연령제한이 있습니다. 60세 이상만 오십시오' 면접하는 날 100명이 넘는 지원자가 몰렸다.

가또제작소의 사장은 찾아온 방송사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노인 한 사람을 젊은 사람 여럿이서 먹여 살린다는 발상 자체가 그릇된 것이다. 노인들도 당당히 일하며 보람을 느끼고 수입도 있기를 원한다"

가또제작소의 경우처럼 일본에서는 노인세대들이 원하는 일터로 성공하게 되면서 '일하는 노인'의 비율이 40%를 넘어서고 있다.

닛케이신문에서는 보도하기를 65세 이상 나이로 일하고 있는 노인이 41%를 넘어서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본에서는 노인을 배려해 일자리를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니라, 노인이 일하지 않으면 일본 경제가 흔들릴 만큼 일하는 노인이 많아졌다.

노인들이 연금을 받고 월급을 받게 되면 이중수입이 돼 내수가 크게 늘어나게 된다. 젊은이들은 대출도 갚아야 하고 저축도 해야 하기에 소비할 여력이 적지만 노인들은 대출도 이미 갚았고 저축할 이유도 없기에 번 돈의 90%를 쓴다.

한국의 노인들은 기껏해야 노인정을 드나들거나 무료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파고다 공원으로 가서 잡담하며 하루를 보내고 저녁나절 집으로 들어온다.

속절없이 늙어가는 한국노인들이다. 이제 달라져야 한다. 일하는 노인이 되어야 한다. 젊은이들에게 부담이 되는 노인이 되지 말아야 한다. 젊은이들을 이끌어 주고 도와주는 노인이 되어야 한다.

수명이 늘어나 100세까지 사는 것을 보통으로 생각한다. 문제는 오래 사는 것이 복이 아니라 삶의 질이 문제이다.

건강하게, 행복하게, 할 일을 하면서 오래 살아야지, 병석에 누워 오래 살면 복이 아니라 재난이 된다. 본인에게만 그런 것이 아니라 주위 사람들에게도 그러하다.

한국인들에게는 조로증(早老症)이 있다는 말을 한다. 너무 빨리 늙는 병이 조로증이다. 한국인들이 왜 그렇게 빨리 늙는가. 청년·중년을 지나는 동안에 정신적인 내공(內功)을 기르는 기회가 없기 때문이다.

뜻을 세운 젊은 세대들이 목숨을 바칠 환경을 사회가 만들어야 하고, 늙어서도 일하는 사람이 되게 내공을 기를 수 있는 환경 또한 정부의 몫이 아닌가.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