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두 제주언론인클럽·논설위원

오스트리아의 수도 빈(비엔나)은 음악의 도시이다. 하이든, 비발디, 모짜르트, 슈베르트, 베토벤, 쇤베르크 이들이 살면서 음악을 작곡하고 연주하던 빈에 그들은 잠들어 있었다.

모짜르트가 자주 가서 커피를 마시던 카페, 베토벤이 맥주를 즐기던 주막에는 아직도 그들이 앉았던 의자가 있었다. 1498년 창립된 빈소년합창단, 하이든, 모짜르트도 단원이었던 이 합창단을 어렵게 제주에 초청해서 공연을 가졌을 때의 기쁨, 10여 년이 지난 이 아침에도 그때를 생각하면 가슴이 뛴다. 제주 최초의  공연이었다.

빈에는 빈의 숲이 있다. 시내에서 조금만 자동차로 가면 5·16도로의 숲터널 처럼 아름다운 숲이 끝없이 이어진다. 조그만 찻집에 앉아 커피를 시켰다. 우리가 집에서 사용하는 물컵보다 조금 커보이는 잔에 커피를 가득 담아 내어 놓는다. 스트라우스의 '빈숲의 이야기'가 생각이 났다. 빈의 상공에서 내려다 보면 황금색 원기둥이 우뚝 솟아 있는 것을 보게 된다. 쓰레기소각장의 굴뚝이었다. 빈에 사는 사람들은 그들이 생산한 쓰레기를 다른 곳이 아닌 그들이사는 시내에서 소각하고 있었다. 쓰레기를 태우면서 얻어지는 가스, 뜨거운 물, 열에너지는 그 지역 주민들에게 무료로 나눠주고 있었다.

황금색굴뚝을 찾은 관광객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식당, 기념품상, 카페 등 지역주민들이 운영하는 가게는 장사가 잘되니 주민들이 좋아한다고 안내자는 설명을 했다.

음악이 있고 숲이 있고 IT산업이 번창하고 있으며 쓰레기를 합리적으로 활용하는 빈,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곳으로 빈을 선택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어 보인다.

제주시는 쓰레기를 소각·매립할 제주환경순환센터로 구좌읍 동복리를 선정했다. 어려운 결정을 한 마을 시민들에게 고마운 말씀을 드리고 싶다.  

이 곳을 우선 쓰레기 시설이 생기면 땅값이 내려가고 파리가 들끓고 냄새로 사람이 살기 어려운 곳이 된다는 기존의 생각을 확 바꾸게 해야 한다.

이 지역의 지목을 변경해서 각종시설과 사업을 할 수 있는 곳으로 지정하고 그리고 원희룡 지사가 검토하겠다고 말한 소규모 택지개발지로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시설물들은 세련된 디자인으로 설계해서 아름답고 품위있는 건물로 완성시키고 주변은 제주의 나무, 풀, 꽃, 물을 이용한 제주정원으로 가꾸는 것은 어떨까. 이 정원에는 쓰레기를 소각하다 남은 것들을 땅에 묻을 것이 아니라 압축해서 벽돌을 만들어 이것으로 기념비적인 조형물을 세우는 것을 권하고 싶다.

벽돌생산량을 생각하면 조각품을 완성하는 데는 10년 또는 그보다  더 시간이 필요할지 모른다. 10년 아니 20년이면 어떤가. 작은 모형물을 만들어서 세우고 그 옆에 설명판을 세운다면 그것 자체가 화제가 될 것이다.

서귀포시도 쓰레기처리로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동복에 조성하게 될 제주환경자원순환센터 시설이 성공한다면 파급효과가 클 것이다.

혐오시설로 반대하던 마을들이 너도 나도 우리마을에 유치하겠다는 바람이 불 것이다. 아니 그렇게 돼야 한다. 역사신화공원을 만들겠다면서 참 좋은 곶자왈을 무자비하게 파괴하더니 역사와 신화는 간 곳이 없고 카지노 바람이 부는 현실을 보면서 '곶자왈 한평 사기운동'을 하던 사람으로서 작은 분노를 느낀다. 잘못된 지도자의 판단이, 어설픈 기획안이 어떤 결과로 나타나는지 우리는 지금 두 눈을 똑바로 뜨고 보고 있다. 우리 다시는 그 길을 가서는 아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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