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민 서귀포지사장

부영호텔이 또 이슈다. 2년전 호텔을 제멋대로 시공해 도민들로부터 질책을 받은 데 이어 '카사 델 아구아'철거 논란까지 겹치면서 제주사회 이슈로 떠올랐고 현재는 경관 사유화 논란을 빚고 있다.

심지어 부영그룹이 투자진흥지구 지정으로 막대한 세금 감면 혜택을 보면서 도민 고용률은 미흡하다는 지적까지 나오는 등 사회적 책임이 부족하다는 비판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 2013년 3월, 세계적인 건축 거장으로 평가받는 리카르도 레고레타의 유작인 '더 갤러리 카사 델 아구아'가 철거됐다. 당시 문화예술계·건축계·제주도의회를 중심으로 예술적 가치 등으로 '카사 델 아구아'를 존치해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으나 제주도는 철거를 강행했다.

제주도는 "부영호텔의 모델하우스인 '카사 델 아구아'는 분양용 견본주택에 불과, 리카르도 레고레타의 유작은 부영호텔"이라고 설명했다.

이후 촌극이 벌어진다. ㈜부영은 당초 부영호텔 및 리조트레지던스(이하 부영호텔)에 대한 실시설계 도면을 작성하면서 외부마감재를 '샌드스톤', 색상을 '5YR0241'로 확정한 후 외부마감재와 색상 변경을 위해 건축계획심의를 신청했으나 제주도 건축계획심의위원회는 "리카르도 레고레타가 실시설계한 원안대로 시공해야 한다"며 부영의 설계변경을 반려했다.

하지만 부영은 외부마감재와 색상을 화강암인 석도홍, 임페리얼레드로 시공하는 등 건축위원회 의결을 무시한 채 제멋대로 공사했다. 또 삼각형 형태로 허가받은 호텔입구의 캐노피를 다각형꼴로 바꾸고 지붕 면적도 확대, 리카르도 레고레타의 원형이 훼손되고 건축물의 이미지가 달라졌다. 더 나아가 행정 절차를 우습게 만들어버렸다.

사정이 이런 데도 제주도는 ㈜부영의 제멋대로 시공 행태를 '경미한 사항'으로 일축한 반면 제주도의회와 건축계 일각에서는 외부마감재와 색상을 변경한 행위는 중대한 사유로 건축계획 재심의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 팽팽히 맞섰다.

결국 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가 감사를 의뢰했고 도 감사위원회는 "건축허가 내용에 위배되게 석재와 색상으로 시공된 부영호텔 공사에 대해 건축법에 따라 건축주에게 적정한 조치를 하는 방안을 조속히 강구해야 한다"며 사실상 건축계획 재심의를 요구했다. 특정업체에 질질 끌려다니며 한심한 행정이란 비판을 받은 제주도는 건축계획 재심의를 결정했으나 촌극은 이어졌다.

'리카르도 레고레타의 원안 시공'을 결정했던 건축위원회는 "리카르도 레고레타의 의도대로 건축물이 완공되지 못한 점에 대해 아쉬운 점이 있으나 경미한 것으로 사료된다"고 자의반 타의반(?)으로 심의결과를 뒤엎었다. ㈜부영의 하자 부분에 대해 도내에서 나름 전문가 집단이라는 건축위원회가 '독박'을 쓴 셈이다.

요즘 부영 2·3·4·5호텔이 논란이다. 수려한 경관을 자랑하는 주상절리대인 '지삿개' 인근에 부영호텔 건립공사를 추진하면서다. 계획대로 호텔이 들어서면 주상절리대를 따라 높이 35m에 600∼700m에 이르는 호텔이 병풍처럼 들어서 해안 조망권을 차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바다에서 육지로 보는 경관이 가로막히고 천연기념물인 주상절리대가 호텔 정원처럼 이용될 수 있는 등 경관 사유화에 대한 우려가 크다.

또 제주 마이스산업을 이끌고 있는 컨벤션센터가 수려한 해안경관이라는 강점을 내세우며 대규모 회의산업을 유치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컨벤션센터의 경쟁력도 떨어질 수 있다.

제주도 건축위원회가 경관 사유화 해소 및 문화재 보호 방안이 필요하다며 3차례에 걸쳐 건축계획 심의를 보류했으나 아직 근본적인 수정은 없는 상황이다. 개인의 재산권 보호도 필요하지만 컨벤션센터·주상절리대와 공존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도 중요하다. 건축위원회의 책임성과 진정성을 기대해보고 자연·문화·사람의 가치를 모토로 내건 원희룡 도정의 판단도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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