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은 제주대 행정학과 교수·논설위원

최근 들어 비행기가 제시간에 출발하는 일이 손에 꼽을 만큼 출발시각 지연이 일상화됐다.

심한 경우 이미 도착해야 할 시간에 비행기가 이륙도 못 하고 활주로에 서 있는 경우도 있다. 서울까지 비행시간은 50분이지만 1시간이 넘게 지연되는 비행기 속에서 약속시간에 늦을까봐 속을 태우는 일이 다반사다.

메르스의 여파로 한동안 조금 여유있어 보였던 비행기 기내가 최근에는 빈 좌석을 찾기가 쉽지 않다. 다소 불편함을 느끼면서도 제주를 찾는 사람이 다시 많아진 것은 반가운 일이다.

필자는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정부서울청사가 있는 광화문에 갈 일이 종종 있다.

예정된 회의시간보다 조금 일찍 도착했을 때 즐겨 찾는 곳은 청사 맞은편에 위치한 모 보험회사 지하의 대형서점이다.

이 서점의 여행서적 코너에는 제주여행에 관한 가이드북이 다양하게 자리 잡고 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기존의 3박4일 코스인 단기여행 가이드북 외에 비교적 장기체류를 소개하는 '제주에서 한 달 살기'와 '제주에서 일년 살기', '제주이민'같은 제목의 책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이민'이라는 표현에 도민으로서 살짝 거부감이 드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러한 현상은 최근 부는 제주 이주 열풍을 잘 보여주는 것으로 생각한다.

실제로 주변에서 노년을 제주에서 보내자고 희망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이주에 필요한 것들을 구체적으로 묻기도 하며 생활을 위해 주거마련 등을 계획하는 사람도 드물지 않다.

몇 해 전 필자의 대학후배 중 하나가 제주에 이주했다. 물론 제주에 연고가 없는 순수한 '육지사람'이다.

평소 제주도가 너무 좋아 제주에 살고 싶어 했는데 운이 좋게 제주도에 직장을 잡을 수 있었고 배우자의 동의를 얻어 가족 모두가 함께 내려온 친구이다.

반가운 마음 반, 걱정 반, 잘 지낼 수 있을까 했는데, 새집도 짓고 정착한 지 벌써 2년 넘게 살고있는 중이다.

"제주에 살아보니 어떠냐"는 질문에 "교포사회 같아요"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짧은 말 속에 상당히 많은 의미가 담겨 있지만 그래도 이 말은 좀 나은 편이다. 혹자는 제주 살기가 외국보다 어렵다고도 한다.

우습게 들릴 수 있는 이야기지만 제주로 이주하는 이들에게는 정착을 위해 다문화가정 수준의 교육과 지원이 필요한 듯하다.

물론 제주도는 귀농·귀촌인을 위해 다양한 정보제공과 기술교육 등의 지원을 하고 있지만 일상생활을 위한 교육과 지원도 필요하다.

최근 이주민이 많이 모여 사는 곳에는 원래 살던 주민들과의 갈등이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육지와는 다른 문화와 풍습에 대한 이해를 돕고, 함께 어울려 살기 위한 호스트 패밀리 자매결연과 같은 적극적인 사업이 필요한 시점이다.

제주에 연간 1000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방문한다. 폐쇄적이라고 소문난 제주사회는 사실상 거주인구의 두 배 이상의 이방인들과 상시적으로 섞여 있는 상당히 개방성이 높은 환경인 셈이다.

또한 제주는 전국에서 세종시를 제외하고 유일하게 순인구유입이 월평균 1000여명씩 증가하는 지역이다.

인구가 경쟁력이고 자원인 우리나라에서 제주는 타 지자체에 비해 유리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제주이주를 꿈꾸고 왔다가 되돌아가는 이들의 숫자도 만만치 않다는 후설이다.

국제자유도시의 성공을 위한 적정인구가 백만명이라는 전문가 예측을 고려할 때 이주민들을 어떻게 정착시키고 제주사회의 구성원으로 받아들일 것인가는 분명 미래 제주 발전의 열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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