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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무조건 날씬해야'…
외모지상주의에 아이들 살빼기 고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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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11-09 (월) 09:31:13 | 승인 2015-11-09 (월) 09:39:32 | 최종수정 2015-11-09 (월) 09:31:45
   
 
     
 
한국의 여자 아이들이 날씬한 몸매를 유독 강조하는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어린 나이 때부터 힘든 다이어트에 시달리고 있다.
 
중고등학생뿐만 아니라 초등학교 고학년도 다이어트를 하는 아이들이 많아 신체·정신적 부작용이 우려된다.
 
◇ 여자 중고생 절반가량 다이어트 시도
 
9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최신 건강 보고서(Health at a glance 2015)에 따르면 2013년 기준 한국 아동·청소년(만 5∼17세)의 과체중(비만 포함) 비율은 남자가 26.4%로 여자(14.1%)의 1.9배나 됐다.
 
한국의 이 격차는 OECD 최고 수준이다. 조사대상 33개 회원국의 평균은 남자 24.3%, 여자 22.1%로 남녀 차이가 크지 않다. 유럽의 많은 나라는 남녀 차이가 거의 없으며 영국처럼 여자가 남자보다 과체중·비만 비율이 높은 나라도 있다.
 
정소정 건국대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여자 아이들에 비해 남자 아이들의 비만이 많다"면서 "여자 아이들은 걱정스러울 정도로 다이어트에 몰입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사회적으로 여성에는 날씬한 몸을 요구하는 시선이 있기 때문"이라면서 "보기에는 그렇지 않은데도 자신은 체중이 많이 나간다고 생각하는 아이들이 상당히 많다"고 말했다.
 
실제로 2014년 청소년 건강행태 온라인 조사(교육부·보건복지부·질병관리본부)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중고생의 체중감소 시도율(최근 30일간)은 여학생이 45.1%로 절반에 가까웠으며 남학생은 23.1%에 머물렀다.
 
체중감소를 위해 의사 처방 없이 살 빼는 약 먹기, 설사약·이뇨제 복용, 식사 후 구토, 단식 등의 부적절한 방법을 시도한 중고생의 비율은 여자 18.8%, 남자 13.4%였다.
 
자신이 실제보다 살찐 편이라고 인식하는 신체 이미지 왜곡 인지율도 여자는 18.8%로 남자(13.4%)보다 높았다.
 
2013 국민건강통계(보건복지부·질병관리본부) 자료를 보면 소아 청소년 비만 유병률은 만 6∼11세의 경우 남자 5.2%, 여자 7.2%로 여자가 남자보다 2.0% 포인트 높았으나 12∼18세는 남자 17.1%, 여자 8.0%로 남자가 여자보다 9.1% 포인트 높았다.
 
외모에 관심이 많은 사춘기의 여자들이 남자들보다 체중 조절에 더 신경을 썼을 것이라는 분석이 가능하다.
 
학교건강검사 표본조사(교육부)에서도 2013년 체질량지수 기준 비만도가 초등학생 남자 9.7%, 여자 8.3%, 중학생 남자 16.5%, 여자 10.6%였으며 고등학생 남자 21.0%, 여자 13.6%로 초등학교에서 고등학교로 갈수록 격차가 벌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재헌 인제대 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한국에서 남자 아이들은 뚱뚱해도 장군감이라고 하고 여자 아이들에게는 '시집갈 수 있겠느냐'고 말한다"면서 여자 아이들이 받는 사회적 압박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성장기의 여자 아이들이 체중을 뺄 필요가 없는 경우에도 무리한 다이어트를 하는 것이 문제"라면서 "이제는 다이어트 연령이 초등학생까지 내려갔다"고 말했다.
 
초등학생 4학년과 1학년 딸을 둔 학부모 김정수 씨는 "요즘 아이들은 외모에 신경을 많이 쓴다"면서 "4학년에도 비비크림이나 입술 틴트를 바르는 아이들이 있다. 심지어 1학년 아이의 친구 중에는 엄청나게 말랐는데도 살이 찔까 봐 안 먹겠다는 아이도 있다"고 전했다.
 
◇ 아이돌 걸그룹 영향…외국은 깡마른 패션모델 퇴출
 
청소년의 신체 이미지 인식에는 마른 체형을 선호하는 매스컴의 영향이 크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초중고를 가리지 않는 다이어트 열풍에는 아이돌 그룹 등 연예인에 대한 선망이 자리 잡고 있다.
 
강재헌 교수는 "지나치게 말랐다 싶은 연예인들이 많은데, 아이들이 그걸 따라가려 한다"면서 "글로벌한 현상이지만 한국에서는 외모지상주의가 유난히 심하다"고 말했다.
 
건국대 몸문화연구소장인 김종갑 교수는 "외모지상주의의 영향을 받지 않는 청소년이 거의 없다"면서 "부모보다 더 가까운 것이 TV인데, 아이돌 스타를 보면서 자연스럽게 연예인 같은 몸매를 가꾸고자 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미국은 남자와 여자 아이들의 비만 정도가 별로 차이 나지 않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유독 큰 차이가 나는 것은 여자는 호리호리하고 예뻐야 한다는 사회적 압력이 매우 크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밖에 체중에 관련된 어머니의 말이 딸에게 섭식장애 등 해로운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연구도 있다.
 
전문가들은 무분별한 다이어트의 부작용을 우려했다.
 
강 교수는 "지나친 다이어트로 건강한 성장을 하지 못하면 성인기에 골다공증이나 빈혈, 생리불순 등이 올 수 있다"면서 "너무 집착하면 정서적 문제뿐 아니라 거식증까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초등학교 5·6학년생의 신체 이미지 왜곡이 스트레스와 우울증 등을 유발한다는 연구 결과(조진희)도 있다. 이 연구는 자신이 실제보다 살이 쪘다고 인식한 그룹은 TV 프로그램 가운데 드라마 선호 비율이 높았다면서 미디어가 신체 이미지 왜곡에 영향을 미쳤음을 시사했다.
 
마른 몸매에 대한 집착을 떨치려면 대중매체를 적절하게 관리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강 교수는 "외국은 지나치게 마른 연예인이나 모델의 출연을 금지하는 노력을 하는데, 그런 식으로 사회 분위기를 조성하고 외모지상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이탈리아와 스페인 등에 이어 프랑스에서도 지나치게 마른 패션모델을 퇴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지난달 가수 박진영과 걸그룹 트와이스가 모델로 나온 교복업체 광고에서 코르셋처럼 재킷을 조여 입은 '코르셋 교복' 광고로 논란이 일기도 했다.
 
김 교수는 "몸은 나로 하여금 무엇인가를 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지,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면서 "부모님의 책임이 크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비만이나 과도한 다이어트 모두 해롭다면서 올바른 식생활을 강조했다. 그는 "성장에 필요한 것을 필요한 양만큼 적당한 시간에 먹어야 한다"면서 "어른이 모범을 보이면 아이들도 따라간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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