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춘 안과전문의·제민일보 의료자문위원

고혈압·당뇨·암은 현대인이 가장 많이 앓고 있는 질환이다. 오랫동안 고혈압과 당뇨를 앓은 환자들은 자신의 질환이 몸을 어떻게 망가뜨리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고혈압과 당뇨는 모두 혈관 질환이지만 혈관벽에 손상을 주는 방식이 다르다.

고혈압은 높은 압력이 혈관벽에 부담을 주며 혈관벽을 두껍게 한다. 직경이 좁아진 혈관은 피의 흐름을 느리게 하고 심하면 혈류의 흐름을 차단하게 되는데 이러한 현상이 뇌에 발생하면 뇌졸중, 심장에 발생하면 협심증 및 심근경색증이라 한다.

당뇨는 혈관벽을 부식시키는 질병이다. 혈관벽을 구성하고 있는 세포의 수가 줄며 급기야 혈관 밖으로 혈액이 새어나오게 된다. 약해진 혈관은 인체에서 여러 가지 문제를 일으킨다.

고혈압과 당뇨는 눈에 어떤 문제를 일으킬까. 눈의 바닥에 위치한 망막의 혈관은 뇌혈관과 비슷하다. 고혈압, 당뇨를 앓게 되면 망막에 있는 혈관에 가장 먼저 변화가 오기 시작한다.

고혈압으로 인해 망막의 혈관이 막히고 터지게 되면 갑작스러운 시력저하가 발생한다. 이 증상을 '망막혈관 폐쇄증'이라고 하고 눈앞에 갑자기 먹구름이 낀 것 같다며 병원을 찾는다. 당뇨에 의해 망막의 혈관이 약해지고 혈액이 새어나오는 상태를 '당뇨망막증'이라고 부르고 망막이 붓고 심하면 혈관이 터져 눈 속에 피가 차게 된다.

특히 당뇨로 인한 혈관성 변화는 서서히 진행되기 때문에 일부 환자는 치료시기를 놓치기도 한다. 대개 안과용 혈액순환제를 복용하고 심하게 막힌 부분이 있으면 눈 속에 레이저 치료를 시행하게 된다. 그러나 눈 속에서 터져버린 혈액의 양이 많고 쉽게 호전되기 어려우면 수술로 혈액을 제거해야 한다.

당뇨는 실명 원인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고혈압과 당뇨를 진단받았다면 해당 약제만 복용할 것이 아니라 합병증 검사를 받는 것이 질환을 조기에 치료하는 방법이다.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