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수 제주관광대학교 산학협력부총장

최근 제주도 정무부지사와 국장의 총선 출마를 위한 사직을 시작으로 제주에서도 총선을 준비하는 움직임들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또한 예상되는 후보자나 준비하는 후보자들은 나름대로의 장점과 조직을 내세워 출판기념회 등을 통해 얼굴을 알리고 선택의 실마리를 잡아보고자 동분서주하고 있다.

특히 최근 제주의 선거 패러다임도 기존의 괸당 중심에서 능력 중심 선택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는 상황인지라 내년 4월까지는 자신의 능력 알리기에 주력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지난해부터 박근혜 정부에서 능력중심 사회를 만들기 위한 정책의 하나인 국가직무능력표준을 적용한 직무중심의 인재 채용이 공기업과 대기업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대기업이나 공기업은 직무에 대한 지식, 기술과 인성의 적합성을 보고 인재를 선발하게 되어 직무상의 객관성은 물론 직무 배치의 효율성을 기할 수 있게 되고 지원자는 자신의 능력과 자격에 걸맞은 직무에서 일을 함으로써 직무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게 된다.

이제 정치에 나서려는 이들에게도 이러한 기준으로 판단해 보면 어떨까 생각해 보게 된다.

첫째, 정치인으로 나서는 인물의 지식수준을 평가해 봐야 한다. 지식은 학벌이나 학력과는 별개 문제다. 예를 들자면 국회의원이라는 직무를 수행할 수 있는 법률적인 지식과 지역의 이슈에 대한 정책적 지식, 지역 경제에 관한 경제적 지식과 함께 지역 주민에 대한 폭넓은 행정적, 분석적 지식을 잘 갖추고 있는지를 평가해 보는 것이다.

둘째, 직무에 걸맞은 기술과 기능이다. 지역주민을 대변할 수 있는 대화 능력과 교섭력, 설득력과 정책 추진력을 통해 지역이 안고 있는 문제를 합리적으로 해결할 줄 아는 능력이 있는지를 평가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지역주민들이 공유하고 있는 삶의 가치와 패턴, 지역여건의 불편과 만족도를 얼마나 파악하고 이를 잘 설명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인성과 태도를 살펴봐야 한다. 우리는 지난 수십년 동안 훌륭한 인성을 갖춘 많은 정치인들을 선택해 왔다. 그러나 최근 몇몇 정치인의 불미스러운 일과 태도로 인해 많은 정치인들이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는 현실을 맞이하게 됐다.

이 때문에 요즘은 주요 인사이동을 보면 학벌이나 경력을 보기보다는 그 사람의 인품과 도덕성을 최우선에 두고 선택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최근 후임 정무부지사로 행정 전문가를 지명한 것은 지식과 기능과 인성을 고려한 원희룡 지사의 훌륭한 선택인지도 모른다.

물론 정치인은 성인군자가 아니다. 정치는 생물이고 정치인은 배우라고 여기더라도 우리 손으로 선택한 인물이 지식과 기능과 인성이 부족한 행동을 한다면 얼마나 실망하겠는가.

이는 비록 우리는 그렇지 못할지언정 내 손으로 뽑은 인물이 나보다 더 도덕적인 사람이기를 바라는 인간의 심리 때문이기도 하다.

이제 제주에서도 새로운 선택을 위한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선택에 나서는 모든 정치인들은 유권자들이 이 같은 평가를 하게 된다는 것을 감안해 자신의 평가표를 만들어 스스로 채점해 보고 학습하는 시간을 가져야 할 것 같다.

요즘 시대는 SNS를 통한 여론과 함께 객관적인 평가를 강조하는 '정량평가 우위의 시대'가 돼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제주 사회에서 괸당문화와 같은 정서적인 면이 점점 사라져 가는 것 역시 피할 수 없는 현실인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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