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민일보·제주도교육청 20일 대정여고서 인성아카데미

▲ 대정여고 인성아카데미.
고현수 제주장애인인권포럼 상임대표 강사 나서 강연 
작은 것부터 배려 상대에 크나 큰 존중 받을 수 있어
장래 대한 꿈 키우며 어려운 이웃 봉사하는 삶도 값져
 
제민일보사(대표이사 백승훈)와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교육감 이석문)이 공동으로 주최하는 '2015 찾아가는 인성아카데미'가 지난 20일 서귀포시 대정읍 하모리에 위치한 대정여자고등학교(교장 고경수)에서 1학년 1·2·3반 학생과 교직원을 대상으로 열렸다. 이날 인성아카데미에서는 비장애인들이 인권감수성을 높여 장애인을 존중하는 마음가짐을 가진다면 올바른 인성도 쌓는 것과 같다고 학생들에게 강조했다.
 
△인권침해 바로 알기
 
20일 대정여자고등학교에서 진행된 인성아카데미 강사로 나선 고현수 제주장애인인권포럼 상임대표는 "대정여고 학생들 가운데 가족이나 주변의 친구를 포함해 장애인이 있을 것이다"며 "100명 가운데 5명 정도는 나같이 몸이 불편한 사람이 있다"고 밝히며 강연을 시작했다. 

고 대표는 "장애인을 만날 때 어떤 느낌을 가지고 있는지 알고 있다. 만약 그들에 대해 삐딱한 마음이 있다면 이번 강연은 통해 바뀌길 바란다"며 "특히 장래에 사람의 인권을 다루는 학과인 사회복지학과를 가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내 이야기를 경청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 "사람에게는 누구나 인권이 있으며, 가족의 구성원으로서 보호받아야 할 권리가 있다"며 "모든 사람의 인권은 하늘에서부터 부여받은 권리로 인권으로 보호하는 것은 결코 어려운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장애인처럼 몸이 불편한 사람에 대해 선입견은 누구나 갖고 있지만 올바른 방향으로 고칠 수 있고, 이를 위해서는 인권감수성에 대해 알아야 한다고 고 대표는 설명했다.

고 대표는 "인권감수성이란 일상생활에서 접하는 다양한 자극이나 사건에 대해 매우 작은 요소에서도 인권적인 요소를 발견하고 이를 고려하는 것이다"며 "쉽게 말하면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는 것으로 올바른 인성 갖추기의 기본이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인권침해를 해서는 안된다고 알고 있지만 실제로 벌어지는 인권침해를 알기 어렵다"며 "인권감수성이 풍부한 사람들은 쉽게 찾게 되고 사람에 대한 이해와 배려를 하게 된다. 대정여고 학생들도 인권감수성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고 대표는 "서귀포시내 모 관공서의 경우 차량크기의 절반밖에 안되는 면적을 장애인주차장으로 설치했다"며 "이는 법적의무만 충족시키기 위해 억지로 장애인주차장을 설치한 것으로 인성감수성이 결여된 사례"라고 밝혔다.

고 대표는 "휠체어장애인들은 건물 가까이에 조성된 장애인주차장이 너무 필요한 공간이지만 비장애인들이 불법주차하고, 심지어 2대 주차공간에 가로질러 불법 주차한 차량도 있다"며 "대정여고 학생들이 인권감수성을 가졌다면 장애인들의 권익보호를 위해 이러한 불법행위에 대해 신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고 대표는 선거에 출마했던 후보자가 봉사활동을 과시하기 위해 장애인을 목욕시키는 모습을 언론 등에 노출한 사례를 소개하면서 장애인에 대한 배려가 있었다면 이런 어리석은 행동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비장애인이 스스로 편견 깨야

고 대표는 "내가 장애인주차장에 집중해 강연한 이유는 일상생활에서 인권을 존중할 수 있는 어렵지 않은 부분인 만큼 실천해야 되기 때문이다"며 "중증장애인이 사회에 나아가는데 있어 장애인주차장이 가장 기본적인 것임을 배우고, 주변 어른들에게도 알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또 "대정여고 학생들은 개개인의 문제가 단지 개인적인 부분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사회적인 부분에서 파생된다는 것을 기억하길 바란다"며 "인권감수성뿐 아니라 사람으로서의 감수성을 간직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장애인은 전체 인구에 5%에 불과한 소수이지만 다수의 비장애인들이 도와줘야 하며, 내가 먼저 솔선수범 한다면 조금 더 사람다운 사회가 될 것이라고 고 대표는 밝혔다. 

고 대표는 "1968년부터 국제적으로 공인·사용되고 있는 장애인 심벌은 뻣뻣해 보이는 팔과 수동적인 느낌이 있다"며 "장애인 심벌에 문제를 느낀 뉴욕의 한 디자이너는 활동적이고 적극적인 모습으로 디자인해 공공시설물에 부착했다"고 설명했다.

또 "당시 뉴욕 주정부는 새로운 장애인 심벌을 붙이는 것에 대해 공공시설물 파괴 행위라며 제지했지만 시민들이 그 디자이너를 지지했다"며 "결국 뉴욕시의 길거리는 새로운 장애인 심벌로 채워졌고, 새로운 디자인이 정식 인정됐다"고 밝혔다.

뉴욕의 디자이너가 우리에게 일깨워주고 싶었던 것은 잘못된 사회적 인식은 장애인을 나약하고 움직이지 못하는 사람으로 떠올리게 한 것이며, 장애라는 것은 우리들의 편견으로 만들어진다는 것이며 비장애인들이 스스로 깨야 한다는 것이다.

고 대표는 "사회에 진출하면 대정여고 학생들이  공헌할 수 있는 부분이 너무나도 많기 때문에 계속 꿈을 키워야 한다"며 "방임되는 아이, 홀로사는 노인 등 우리의 손길이 필요한 이들이 너무나도 많다는 것을 기억해야 하며, 이들을 위해 봉사하는 것도 값진 일"이라고 강조했다. 김용현 기자

 

서귀포시 대정읍에 위치한 대정여자고등학교는 제주도 서부지역에서 대표적인 여성인재을 양성하고 있는 교육의 산실이다.

1964년 개교 이래 49년간 모슬포에서 전통을 자랑하는 대정여고는 학생들에게 학구열을 높여주는 것은 물론 올바른 인성을 심어주고, 다양한 봉사활동을 통해 지역사회와 함께 희로애락을 함께 하고 있다.  

대정여고는 학생들에게 참된 인성을 갖출 수 있도록 다양한 교육·체험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대정여고가 진행하는 인성프로그램은 아침 등굣길 학생 맞이하기, 수요일 인성함양체험의 날(밥상머리 교육)운영, 서로 칭찬하기, 공감과 소통을 위한 '배려로 크는 나무' 등이다.

대정여고는 예술집중교육과정을 운영해 예술을 통한 인성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며, 학부모와 학생들이 참여하는 '수선화봉사단'을 비롯해 '특별과학반' 등의 동아리를 조직해 봉사활동 및 재능기부 활동하고 있다.

특별과학반은 모슬포 지역아동센터 등을 방문해 아이들에게 우유 속 치즈 찾기, 젤리향초 만들기 등을 가르쳐주는 등 다채로운 과학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선생님과 함께 사제동행을 하면서 대정읍 일대 올래길을 환경정비봉사를 진행하는 것은 물론 방어축제 등 지역행사에 도우미로 참가해 지역사회에도 공헌하고 있다.

또한 '수선화 꿈비전 장학금' 제도를 통해 학업뿐만 아니라 봉사활동, 기본생활습관, 동아리활동, 진로활동 등에 모범을 보인는 학생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

올해 4월 발생한 네팔대지진 피해자를 돕기 위해 교직원과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모금해 성금을 전달하는 등 사랑나눔활동에 앞장서고 있다.

고경수 교장은 "현재의 교육은 학력과 지식 중심으로 짜여져 서로간의 경쟁을 부추기면서 서열화가 되다 보니 배려아 협력보다는 자기중심적이고 이기적인 아이들로 성장해 안타깝다"며 "대정여고 학생들이 민주시민으로서 남과 더불어 살아가려면 공감, 소통,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질 수 있도록 가정과 지역사회와 연계한 인성교육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김용현 기자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