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민 포커스]
보육대란에 등 터지는 도민들

보육료 지원 유치원으로 몰려
원아모집 난항 교사처우 열악
운영난 심화 폐원 문의 잇따라


용담2동에서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강모씨(50)는 요즘 마음이 무겁다. 어린이집 누리과정(만 3~5세 무상교육) 예산 편성을 놓고 정부와 시·도교육청이 줄다리기 싸움을 벌이면서 어린이집 운영이 휘청거리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줬다가 안주는 '들쑥날쑥' 누리과정 예산 지원으로 무상보육 혜택을 받고 있던 아이들이 어린이집을 떠나는데다 열악해지는 근무환경까지 겹치면서 보육교사들도 그만두는 실정이다.

강씨는 "2013년 누리과정 도입된 이후 매년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며 "결국 이런 상황들이 지속되면 어린이집 문을 닫을 수 밖에 없다"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 편성 갈등으로 인한 후폭풍이 거세다. 

누리과정 예산 편성 갈등에 따른 심리적 불안이 확산되면서 제주 어린이집들이 폐원을 결심하거나, 폐원을 신청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제주시의 경우 최근 한달 사이 폐원 절차를 문의하는 어린이집이 15~20곳에 이른다. 서귀포시는 어린이집 정원 모집의 어려움으로 지난 7월부터 3곳이 문을 닫았다.

행정 관계자는 "최근 폐원 절차·방법 등을 문의하는 어린이집이 생겨나고 있다"며 "1년 교육이 마무리 되는 내년 2월쯤 폐원 신청이 몰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누리과정 예산 확보 문제로 학부모들의 어린이집 기피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어린이집에서 유치원으로 옮기는 사례는 물론, 유치원 위주로 정원이 몰리고 있다.

이로 인해 어린이집에서는 원아 모집이 어려워 내년 반편성도 힘든 상황이다. 이러한 '보육 마비'는 어린이집 운영에 직접적인 타격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한영진 제주민간어린이집연합회 고문은 "수십년을 보육 현장에서 함께한 사람들이 운영난을 견디기 힘들어 떠나고 있다. 서로 얼굴만 마주쳐도 눈물이 난다"며 "정책과 예산으로 보육을 흔드는 과정속에 어린이집 교사들의 자존감도 바닥으로 떨어졌다"고 토로했다. 이소진 기자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