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효만 작 "白氏草堂記".



 때로는 절도 있고 힘있는 필치로, 또 때로는 소필의 섬세하면서도 굳센 획으로 삶을 엮어온 소암 현중화 선생의 문하생들이 한 자리에 모여 추모전(12월1∼5일·제주도문예회관 전시실)을 마련한다.

 제주소묵회(회장 김순택)가 주최하는 이번 추모전은 제30회 회원전을 겸하고 있다. 소암 선생의 유작 3점(8폭 병풍 2점·10폭 병풍 1점)과 회원 38명이 1∼2점씩 출품한 작품 80여점이 선뵌다.

 제주소묵회(회장 김순택)는 97년 타계한 소암 선생의 지도로 필법을 공부하는 사람들의 모임. 지난 73년 창립됐다.

 특정한 주제를 정해놓지 않았지만 서예를 통한 인격수양과 인간됨을 강조한 소암 선생의 유지를 받들고 있는 만큼 회원들의 작품 속에 “인생은 티끌 속에 묻혀 사는 것 / 마치 항아리 속 벌레 같구나 / 진종일 허덕거려 돌아다녀도 / 그 항아리 벗어나지 못하나니 / 신선이 될래야 될 수 없으며 / 어지러운 꾀를 헤아리매 끝이 없구나 / 세월은 빠르게 물 같이 흐르나니 / 아아 어느새 늙은이 되었구나(人生在鹿蒙 / 恰似盆中蟲 / 終日行 / 不二其盆中 / 神仙不可得 / 須惱計無窮 / 歲月如流水 / 須臾作老翁) 등의 올곧은 정신수양을 강조한 내용을 담고 있다.

 또 “어릴 적 학문에 뜻을 두어 선생님 문하에 들어가서 / 글자를 아는 사람이 되었으니 결초보은 하려고 / 밤마다 선생님 생각 / 차가운 강바람 급히 불 때도, 달이 돋는 황혼에도(當文立志早遊門 / 一字人間結艸恩 / 入夜相思思不盡 / 江寒風急月黃昏)” 등은 끊임없는 ‘자기정진’을 가르치던 스승에 대한 연모의 정이 나타난다. 문의=757-3168, 722-3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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