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봉훈 변호사

사인 간에 거래하는 경우는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고 구두로 약속해도 당사자 사이의 의사가 일치하기만 하면 곧바로 계약이 성립한다.

그러므로 어느 일방이 나중에 계약을 이행하지 않아서 상대방으로부터 청구를 당한 경우에 구두로 계약했을 뿐이니 이행할 의무가 없다고 내빼더라도 약속을 한 사실이 입증되면 그 계약 내용대로 이행할 의무를 면할 수 없다.

그러나 일반인이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에는 이러한 원칙이 통용되지 않는다.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과 '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은 원칙적으로 계약의 목적, 계약금액, 이행기간, 계약보증금, 위험부담, 지연배상금, 그 밖에 필요한 사항을 명백히 적은 계약서를 작성해야만 계약이 성립된다는 점을 명시하고 있다.

실례로 특정 지자체가 그 소유의 토지를 개인이 소유하는 토지와 교환하기로 방침을 정한 후 그러한 내용을 공문서에 기재해 해당 개인에게 통보하고, 이를 통보받은 개인이 이에 대해 동의한다는 문서를 제출해도 그런 사정만으로 지방자치단체와 개인 사이에 당해 토지에 관한 교환계약이 성립됐다고 볼 수는 없고, 설사 그런 교환계약이 체결돼도 관계 법령에서 정한 요건과 절차에 따라 체결되지 않은 이상 이는 효력이 없다는 판결이 선고된 일이 있다.

그 사건에서는 해당 개인이 교환계약이 성립되었음을 전제해 미관광장 조성사업의 사업비 전액을 부담했는데도 법령이 정한 요건에 맞는 계약서가 작성되지 않은 이상 교환계약의 성립을 전제로 한 이행을 구할 수 없다는 판단이 내려진 것이다.

이 경우에 일방이 계약서가 작성되지 않았음을 이유로 계약의 성립을 부정하더라도 신의칙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것이 판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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