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훈석 편집국 이사대우 정치부

내년 4월13일 실시될 제20대 국회의원선거가 140여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제주지역 선거관리위원회는 물론 입후보예정자들의 행보도 빨라지고 있다.

제주도선관위는 선거사무 일정에 맞춰 오는 27일 입후보예정자와 선거사무관계자 등을 대상으로 올바른 선거문화 정착을 위한 '2015 선거아카데미'를 연다. 선거를 치를때마다 불법·탈법 행위가 끊이지 않음에 따라 미리 공직선거법의 내용을 알림으로써 정책 대결의 공명선거 실천을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입후보예정자들도 분주하기는 마찬가지다. 오는 12월15일부터 시작될 예비후보자 등록신청을 앞두고 입당 및 출마를 선언하면서 당내 공천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었다. 아직 출마를 선언하지 않은 입후보예정자들도 정당의 공천을 받지 못하는 무소속 출마가 '백전백패'임을 인식, 예비후보 등록신청일을 전후로 정당 가입 및 출마선언 시기를 저울질하는 모양새다.

제주지역 입후보예정자들의 총선 행보가 빨라지고 있지만 걱정도 적지 않다. 행사장과 경조사장을 찾아 유권자와 접촉하는 현역 및 신인 입후보예정자들의 행보가 이전 선거와 '판박이'로 흐르는 탓이다. 많은 유권자가 모이는 행사장을 찾아 얼굴을 알려야 인지도를 높일 수 있는 불가피성을 모르지 않지만 자신의 정책과 비전을 알리는 사례가 드물기에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질타도 뒤따른다. 행사장과 경조사장은 공직선거법상 기부행위가 상시 금지되는 축·부의금 및 격려·후원금 등이 암암리(?)에 전달되면서 불법 선거의 유혹도 키우는 실정이다.

입후보예정자들이 발표한 출마선언문도 마찬가지다. 출마에 앞서 발표한 선언문이 선거에 임하는 자신의 각오와 포부를 밝히는 출사표임에도 제주 현안에 대한 고민의 빈곤함을 지울 수 없다. 출마선언문을 통해 제주 현안 해결을 자임했지만 구체성이 결여되면서 유권자의 신뢰를 얻지 못함은 불문가지다.

20대 제주 총선 입후보예정자들이 유권자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말로만 지역 일꾼임을 자부하기 보다 지역발전에 대한 철학을 진솔하게 보여줘야 한다. 무엇보다도 법률 제정권을 갖는 국회의원으로서 지역이 안고 있는 지방자치 위기를 극복할 대안 제시는 필수다. 지난 1995년 '지방의 경쟁력이 곧 국가 경쟁력의 초석'임을 내걸고 본격 시행된 지방자치가 지난 20년간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풀뿌리 민주주의 정착에 다가서고 있지만  중앙정부는 여전히 관선시대의 하급행정기구로 인식, 통제하고 있다. 중앙정부의 대표적 지방 통제는 국가와 지자체의 불균형 세입·세출예산 구조로 확인된다. 국세와 지방세의 세입 비율이 '8대2'로 중앙정부가 돈을 더 많이 거둬가지만 주민에 쓰일 세출예산은 '4대6'으로 지자체가 더 많이 부담하고 있다.

20대 총선이 실시될 내년은 지난 20년 지방자치 시행 경험을 토대로 성숙한 지방자치시대를 여는 시발점이기에 지방 경쟁력을 높일 입후보예정자들의 각오가 반드시 제시돼야 한다. 특히 제주지역 입장에서 내년은 대한민국 지방분권 구현을 위한 특별자치도 출범 10년을 맞기에 입후보예정자들의 특별자치도 완성 책무도 가볍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특별자치도가 지난 2006년 출범 초기부터 지방재정 확대를 위해 요구한 보통교부세 법정률 3% 보완, 중앙권한 이양 소요재원 지원 등 이 중앙정부의 반대에 부딪혀 무산됨으로써 지금도 재정난에 시달리고 있다.

중국 전국시대의 송나라 사상가인 장자는 '한단지보'(邯鄲之步)를 통해 남의 것을 모방하는 잘못을 늘 경계토록 강조했다. 연나라 청년이 조나라 한단 사람들의 멋있는 걸음걸이를 배우려고 매일 따라다니면서 흉내냈지만 제대로 배우지도 못할 뿐더러 자신이 걸음걸이도 잊어버리자 결국은 손과 발로 기어서 귀국했다는 이야기다. 제주지역 총선 입후보예정자들이 진솔한 제주지역일꾼임을 자처하기 위해서는 경쟁자는 물론 유권자를 놀라게 할만한 독특한 정책·비전 제시가 선결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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