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홍석 전 동국대 교수 학장·이학박사

'캐릭터'라는 외래어가 유행하고 있다. 지역 특성을 압축한 것이며, 대외홍보에 이용하려는 의도가 담겨있다. 제주도는 대한민국 최남단에 위치하면서 바다로 둘러싸여 있다. 고유특성이 여기에 있으며, 겨울에 '피한지의 위상'을 굳혀온 것도 같은 맥락이다. 남쪽일수록 일사량이 많아지고, 기온을 높여온 위치와도 관계된다.

서귀포는 제주시보다, 겨울철 기온에서 2-3도가 더 높다. 같은 관내이면서도 남쪽일수록, 피한지에 알맞은 것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기상예보마저 제주시에 한정되고 있다. 이것은 장점을 외부에 알리지 못함으로써, 관광홍보에 허점이 되고 있다.

제주도는 중앙무대와 멀리 떨어져 있다. 또 바다로 에워싸인 관계로 중앙으로 왕래하는데 과거에는 12일이 소요됐다. 오늘날 한시간대의 항공교통시대에 비하면, 격세지감을 느낀다. 이런 불리조건을 극복하고 과거에 급제해 중앙무대에서 활동해온 것이 제주 고유의 기질이었다.

고득종은 이런 과정을 거쳐 온 역사인물이다. 세종의 총애를 받을 정도로 중국과 일본을 왕래하며 국제 사절로 활약했고, 결국에는 한성부윤(오늘의 서울시장)의 중책을 맡기도 했다.

외교관으로 역할해온 점에 눈길을 모은다. 중국과 일본에 걸쳐 '삼각지대에 놓인 환경지각'을 지혜롭게 활용해온 데 따른 것이다. 진시황시절 불로초를 캐기 위해서 제주도에 다녀간 사실, 고려 때에 몽고와의 연합으로 왜침에 대비해온 간접체험들이 자극제가 돼왔다. 평화를 전제한 '융합의 역사'도 실재해온 관계로, 첨단지대가 부정적인 것만 채워진 것은 아니다.

언어와 풍속에 걸친 외래요소는 그 증거로 남고 있다. 심방과 아방은 대표적인데 전자가 무당이고 후자는 아버지를 의미한다. 모두가 외국과 소통해온 흔적들이며, 말레이제도에서 기원한 방언들이다.

그만큼 제주도는 해상루트를 통해 남쪽과도 접촉해온 역사를 갖고 있다. 근대화 과정에서 '하멜선단'이 출발해온 거점도 말레이제도였다. 화란선단이 제주도에 좌초하면서 제주도를 '쿠엘파트'란 이름으로 서구사회에 알려온 것도 이때였다.

가파도를 '오해한 데 따른 표현'이더라도 코리아 다음으로 서구사회에 알려진 이름이다. 최남단위치에서 얻어낸 긍정적 효과이다. 현대에 이르러 재일교포가 제주도 출신으로 주축을 이루어온 사실, 중국으로부터 관광객이 많아진 오늘의 실상도 같은 맥락에서 비롯된 것이다.

하지만 첨단지역의 경우 '국가 간에 충돌'로 이어질 가능성이 항시 도사려있다. 그래서 정부는 이어도를 공식지명으로 발표하는 한편, 해양과학기지건설로 이어졌다. 국제간대립과 충돌 가능성에 대비한 것이다. 배후지에는 강정을 '거점해항으로 건설'하고 있다. 남방진출과 병행해 국가안전을 도모하려는 의도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평화의 섬'을 앞세우는 부정적 시각도 없지 않다. 국제분쟁을 예견하는 '관계적 위치'와 함께, 국가발전을 위한 거시적 관점을 외면해온 데 따른 것이다. 이제 감상에서 벗어나 마라도에 세워졌던 '극남'이란 표석부터 정리해야 될 때가 왔다.

그러나 상황은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으로 급변하는 시대상에 알맞기는커녕 괴리만을 낳고 있다. 연북정시대의 구태에서 탈피하는 한편, 지남정을 새롭게 건설하며 '태평양'을 향해서 진출하는 것이 온당하다. 바다에는 수산자원에 그치지 않고 크루즈관광 거점으로 기능하는 시대가 됐기 때문이다.

심해저에는 고온암체가 매장돼 있다. 이것은 '미래연료'로서 각광받고 있다. 각국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며 해양에 관심을 쏟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런 점에서 향후를 내다보는 합당한 대책을 위해 의식전환과 더불어 바다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것이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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