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학교로 향하는 버스 안에서 어김없이 전화벨이 울렸다.

 “선생님, 저 ○○인데요. 아파서 병원 들렸다 학교 갈게요”

 날씨가 추워지면서 부쩍 아프다고 지각하는 아이들이 늘었다. 진짜 아픈 아이들도 있겠지만 그 중에 몇몇은 핑계인 것을 안다. 지각하면 혼나니까 아프다는 핑계를 대는 것을…. 수업에 들어가면 어김없이 머리가 아파 오는 우리 아이들. 이런 아이들의 아픔을 치료해 줄 수 있는 것이 과연 무엇인지.

 우리 학교는 실업계 고등학교다. 실업계 학생하면 흔히 공부 못하는 아이들이라는 생각이 많다. 나도 한때 그런 생각을 갖고 있었던 적이 있다. 처음 실업계 학교에 부임하던 때, 나도 우리 아이들이 그저 말썽이나 피우고 공부를 게을리 하는 아이들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아이들의 담임을 맡고 있는 지금 우리 아이들에 대한 생각이 하나둘씩 달라지고 있다. 담임이라는 연결고리가 나로 하여금 아이들을 조금이나마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하루일과의 대부분을 아이들과 보내는 학교생활은 겉으로는 늘 똑같아 보인다 하지만, 그 속에는 수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우선 아침부터 시작되는 출결문제. 가정형편상 혼자 일어나야 하는 아이, 밤늦도록 PC와 싸움하다 잠든 아이, 나름대로의 고민으로 집에 들어가지 않고 방황한 아이, 오후 아르바이트로 지친 아이 등등 지각과 결석사유는 어떻게 그리도 제 각각인지.

 때로 나는 아이들에게 이런 농담을 한다. “너희들, 선생님 심심할까 봐 일거리 가져다 주는 거니?”

 보통 결석과 지각이 잦은 아이들은 사유서와 반성문을 쓰게 하고 봉사활동으로 교육한다. 그러나 워낙 아이들의 변명(?)이 가지가지인데다, 상담 결과를 반영하다보면 일괄적으로 지도하기가 힘들다. 이럴 때면 ‘생활지도만 담당하는 선생님이 있었으면’하는 생각과 선생님이라는 게 단순히 지식을 가르치는 사람이 아닌, 상담자와 해결사의 역할까지도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실업계 학교라는 특성으로 인해 우리 학교는 행사가 많은 편이다. 이런 행사에 참석하기 싫어서 아이들은 늘 선생님의 눈을 살피며 달아나거나 아프다는 핑계를 댄다. 이런 이유로 행사가 있는 다음날은 여지없이 전날 행사에 참여하지 않은 아이들을 가려내서 나름대로의 처벌(?)을 하느라 바빠진다.

 이 연례(?)행사를 치르고 있노라면 ‘학교는 왜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행사를 진행하지 못 할까?’라는 물음이 생긴다.

 많은 학생들이 수업뿐 아니라 그 외의 학교 행사에 참가하는 것에 불만을 나타낸다. 아이들을 가르친 지 얼마 되지는 않았지만 이처럼 우리 아이들이 웃으며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수업과 학교 행사들이 너무 부족한 현실이 마음 아프다.

 교육정책과 학교운영이 조금 더 우리 아이들의 입장에 서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우리 아이들이 즐겁게 학교에 다닐 수 있는 날은 언제쯤에나 올까.<이윤경·중문상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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