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근 전 한마음병원장·논설위원

독일의 대표적 자동차 회사인 폭스바겐이 디젤 자동차의 배출 가스 저감장치를 조작했다가 들통이 나는 바람에 회사의 존립은 말할 것도 없고 독일 전체 산업의 이미지에 막대한 타격을 입혔다.

아울러 다른 디젤 자동차들도 새로 조사를 받게 되며 디젤 자동차 산업 전반에 걸쳐 심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우리는 이 사태를 강 건너 불구경 하듯 해서는 안 되며 우리 나름대로 몇 가지 교훈을 얻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첫째, 이 세상에 싸고 좋은 것은 없다는 사실이다.

폭스바겐 사태만 해도 배출 가스를 줄이면서 연비를 올리자니 비용이 많이 들어 가격 경쟁력에서 뒤지고, 궁여지책으로 생각해 낸 것이 계기 조작이라는 편법이었다. 즉 값싸게 공급하려니 무리수를 둘 수밖에 없었다는 얘기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일은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

지난번 발생한 중동호흡기증후근(MERS) 사태만 해도 체계적인 감염 관리를 할 수 없는 의료와 도떼기시장과 같은 응급실 환경 때문에 많은 환자를 감염시켜 국가 이미지에 심각한 타격을 입혔으며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초래했다.

우리 속담에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친다'는 말이 있는데, 그래도 이참에 개선되지 않으면 이런 사태는 앞으로도 계속 일어나리라고 본다.

또 KBS의 시청료가 30년이 넘게 2500원으로 고정돼 있어서 좋은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데에 많은 어려움이 있다고 한다.
둘째, 현대 사회에 있어서 가장 큰 자산은 정직이라는 사실이다.

우리에게는 '거짓말도 잘하면 외삼촌보다 낫다'는 의식이 잠재해 있어서 거짓말하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풍조가 있다.
사회 곳곳에 부정이 도사리고 있으며, 거짓말을 해 궁지를 모면한 일을 마치 무용담처럼 자랑하는 사람들을 주위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미국에서 가장 큰 욕이 '거짓말쟁이'라고 한다. 닉슨 대통령이 임기 도중에 사임한 것도 워터게이트 사건 자체보다도 그것을 덮으려고 거짓말을 했기 때문이라고 하며, 클린턴 대통령이 스캔들을 무사히 넘긴 것도 거짓말을 하지 않았기에 가능했다고 한다.

우리들은 IMF 사태를 겪고도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다.

특히 정치인들의 거짓말은 우리 국민으로 하여금 정치에 환멸을 느끼게 하며 국가의 올바른 발전에 큰 방해가 되고 있다는 점에서 특별히 지탄받아 마땅하다는 생각이 든다.

거짓말이나 부정은 사회의 올바른 발전을 방해할 뿐만 아니라 그것들을 막기 위해 엄청난 비용이 쓸데없이 든다는 점에서 하루 빨리 고쳐야 할 폐습이다.

중국의 장개석 총통이 공산당과의 싸움에서 미국의 전폭적인 지원과 신형 무기들을 제공 받았음에도 모택동의 군대에 밀려 대만으로 물러나게 된 것은 장개석 군대의 부패가 그 원인이었다는 사실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또 장 총통이 대만으로 쫓겨난 다음에 부정·부패 일소에 팔을 걷어 부쳐 며느리를 처벌하는 것으로 본을 삼아 오늘의 대만을 이룩했다는 사실 또한 세상에 널리 알려진 일이다.

최근 국방 무기 수입을 담당한 방위산업청에서 부정부패가 만연해 있어서 엉터리 무기가 다량 수입됐다는 소식은 국공내전 때의 장개석 군대를 떠올리게 하며,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우리 입장에서는 만일 북한과 전쟁이 터지면 우리나라도 제주도로 후퇴하게 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쓸데없는 걱정을 하게 한다.

이제 우리도 선진국의 문턱에 다가섰는데 우리 국민 모두가 이런 비정상들을 하나 하나 정상으로 돌리는 일에 앞장서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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