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두성 이사·논설위원실장

종교인 소득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이 이달 초 국회 본회의를 통과, 2018년부터 시행에 들어간다. 법안 통과는 종교인 과세가 처음 거론된지 47년만이며 실제 시행은 50년만이다.

종교인 과세 문제는 그동안 숱한 우여곡절을 겪어왔다. 정부는 1968년 종교인에게 근로소득세를 부과하기로 방침을 세웠다가 종교계의 반발로 곧바로 백지화했다. 이후 2006년 국세청이 과세가능성을 검토했지만 지방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유야무야됐다가 2013년 다시 이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정부는 당시 소득세법 시행령에 종교인 소득에 대한 과세근거를 마련, 2015년부터 시행에 들어가기로 했다. 하지만 국회는 과세 개시 시기만 2016년으로 1년 유예했다가 이번에 소득세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면서 2018년으로 다시 2년 늦췄다.

결국 종교계 반발로 반세기 가까이 미뤄져오던 종교인 과세시기가 2년 앞으로 다가왔지만 변수가 전혀 없지는 않다. 바로 내년 4월 총선과 2018년 대선이다. 이들 양대 선거를 앞둬 종교계에 유독 약한 모습을 보여오던 정치권이 종교계 압력에 못이겨 다시 시행시기를 유예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소득세법 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통과에 앞서 일부 새누리당 의원들이 "선거를 앞두고 불리하지 않나, 우리가 왜 십자가를 짊어져야 하나", "서울과 수도권의 목사님들이 기반을 만들어줘서 그나마 근소한 차이로 이기는 것이다"는 등의 이유를 대며 강력히 반대한 데서도 이런 기류를 읽을 수 있다.

이에 대해 일부 의원들은 대다수 국민들이 종교인 과세에 찬성하는 마당에 이제 와서 반대하면 엄청난 역풍을 맞을 것이라는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실제로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모노리서치가 지난해 12월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75.3%가 "종교인도 조세형평 차원에서 과세해야 한다"고 응답한 바 있다. 특히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34개 회원국 가운데 종교인 소득에 전면 비과세하는 국가는 우리나라밖에 없다는 점도 종교인 과세에 대한 정당성에 무게를 실어주고 있다.

여기에다 대다수 종교계가 이미 종교인 과세에 참여하고 있는 현실도 결코 무시할 수 없다. 천주교 신부들은 전부 세금을 내고 있으며 불교 조계종 역시 종교인 과세를 수용하고 있다. 개신교도 일부만 반대하고 있을 뿐 세금을 내는 교단과 목사가 다수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처럼 종교인 과세가 사실상 대세로 굳어지고 있는 가운데 소득세법 개정안이 특혜라는 주장도 제기돼 눈길을 끈다. 한국납세자연맹은 학자금·식비·교통비 등을 소득의 20~80%까지 필요경비로 인정하고 근로소득과 기타소득(종교인소득) 중 유리한 것을 선택할 수 있도록 법으로 정한 것은 특혜입법이라며 헌법재판소에 위헌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라고 공언하고 있다. 납세자연맹은 이번 법안을 토대로 세금을 추산한 결과 종교인과 근로소득자가 똑같은 8000만원의 연봉을 받을 경우 종교인은 125만원, 근로소득자는 717만원으로 5배가량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한국납세자연맹은 "소득세를 낸 신도들이 낸 시주나 헌금에 또 세금을 물리는 것은 이중과세"라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도 강력히 반박한다. "동일한 사람의 동일한 과세 물건에 대해 2번 과세하는 것이 이중과세"라며 "소득세를 낸 아버지가 자식에게 재산을 증여하면 증여세를 내듯 종교인 과세는 이중과세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가까운 우리 주변을 보더라도 일반인은 물론 종교인들조차 종교인 과세를 당연히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그런 만큼 "한국의 큰 교회들은 지금도 자발적으로 세금을 내고 있다, 법으로 과세를 강제하기보다 교회가 자발적으로 내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의 입장은 공허하게 들릴 수밖에 없다. 국회의원들은 애먼 종교계를 끌어들이지 말고 국민들의 여론을 똑바로 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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