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민포커스>'힘겨운 겨울' 복지의 그늘

공원지구로 묶여 팔 수 없는 땅 때문에 정부나 지자체에서 지원금도 받지 못한채 제주시 오라동 비닐하우스에 의존하고 있는 양민근 할아버지(가명)가 올해도 칼바람을 맞으면서 혹독한 겨울을 지내고 있다.김대생 기자

비닐하우스 거주 80대 할아버지 올해도 사각지대 여전
암투병 40대 엄마 "가난 때문에 아들 꿈 포기할까 걱정"

없는 사람들에게 겨울은 가혹하기만 하다. 전기장판도 켜지 못해 수겹의 옷을 껴입고 버텨보려해도 집 틈새로 들어오는 칼바람의 추위 앞에 매일 무너진다. 매년 행정은 복지예산 증액을 선언하지만 가난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운 '가혹한 겨울'은 조금도 누그러지지 않은 채 어김없이 찾아온다.

19일 만난 최연희씨(45·여·서귀포시 성산읍·가명)는 갈퀴처럼 앙상한 손으로 아들의 합기도복을 연신 매만졌다. 중학교 1학년 민우는 경력 10년의 합기도 유망주지만 최씨는 가난의 벽 앞에 아들의 꿈이 무너질 것만 같아 매일 뜨거운 설움을 삼키고 있다.

만성 신부전을 앓던 최씨는 지난 1월 유방암 판정을 받고 수술대에 올랐다. 힘겨운 투병 생활을 이어오고 있는 최씨에게 수익이라고는 행정에서 지원해주는 월 80만원이 전부다.

최씨는 "민우가 체육 특기생으로 고등학교에 진학하려면 전국대회 참가는 물론 승단 심사도 받아야 하지만 치료비와 약값을 빼면 먹고 살기에도 버겁다"며 "병든 엄마 때문에 아이가 꿈을 포기할까봐 걱정이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혼자사는 노인들의 버거운 겨울나기는 올해도 변함없다.

하천 옆 비닐하우스에 살고 있는 양민근 할아버지(82·제주시 오라동·가명)는 여전히 복지 사각지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칼바람에 비까지 몰아친 20일 1년 만에 다시 찾은 비닐하우스는 혹독한 추위를 견디기 힘들 만큼 더욱 허름해졌다.

공원지구로 묶여 팔수 없는 땅 때문에 정부로부터 돈 한푼 지원받지 못하고 있는 양 할아버지는(본보 2014년 12월1일자 1면) 소일거리를 해주고 얻은 밥 한 끼로 겨우 연명하고 있다.

지난해 보도 이후 "맞춤형 노인복지를 실현하겠다"며 지원을 약속했던 행정은 아직도 양 할아버지에게 드리운 빈곤의 그림자를 걷어내지 못하고 있다.

양 할아버지는 "이제는 그저 내 몸 움직일 때까지 버티다 먼저 떠나보낸 자식들 곁으로 조용히 가려 한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고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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