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대림 서귀포의료원장

요즘을 흔히 웰빙의 시대라고 한다. 하루를 살더라도 신체적으로 건강하고 마음 편하게 살자는 의미일 것이다.

여기에 대응해 웰다잉이란 용어도 등장했다. 굳이 해석하자면 품위 있게 죽는다는 뜻일 것이다.

수련의 과정을 거치면서 수많은 죽음을 경험했다. 의사들이 심폐소생술을 하면서까지 소생할 가망성이 희박한 환자의 생명을 연장하는 것이 과연 올바른 일인가에 대해 회의가 들 때가 종종 있었다. 심한 경우는 늑골 골절까지 오는 경우도 있었다.

단지 의식 없이 생명만 연장한다는 것이 실제적인 의미도 없을뿐더러 병원 치료비마저 늘어나서 가족의 부담이 늘어나게 된다. 의사의 입장에서는 꺼져가는 생명을 방관할 수 없어서 난감해지기 조차 한다. 다행스럽게도 소위 웰다잉법이 지난해 12월9일 국회 복지위 소위를 통과했다는 소식이 있어서 환영하는 바이다.

공식 명칭은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인데, 환자가 품위 있는 죽음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한 법안이다.

1997년 서울 보라매병원에서 의료진이 환자 부인의 강력한 요청 때문에 의식불명의 환자를 퇴원시켰다가 환자가 곧바로 사망하는 일이 벌어졌고, 해당 의료진은 무려 수년간의 법정 공방 끝에 2004년 대법원에서 살인방조죄로 유죄판결을 받았다. 의사들은 처벌을 피하기 위한 방어 진료에 몰두했고 살아날 가망성이 없는 환자에게도 무비판적으로 연명치료에 착수했다.

환자와 가족의 의사는 철저히 무시됐다. 의식이 사라진 환자에게도 인공호흡기가 부착됐고 가족은 환자와의 만남도 단절된 채 막대한 병원비에 고통을 겪었다. 그러나 2008년 1년 넘게 식물인간으로 지낸 김모 할머니에 대해 자녀들이 연명의료를 중단할 것을 요구했더니 세브란스병원이 이를 거부하면서 법정소송까지 갔고, 이듬해 대법원은 처음으로 존엄사를 허용하는 판결을 내렸다.

의학적으로 무의미한 신체 침해행위에 해당하는 연명치료를 계속하는 것은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해치므로 환자의 사전 의료지시 또는 추정적 의사에 의해 연명치료를 중단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이 대법원 판결을 계기로 무의미한 연명의료를 중단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활성화됐고, 이를 바탕으로 국회에서 웰다잉법이 통과된 것이다.

우려되는 점은 인명 경시의 사상이 만연되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이에 연명의료를 중단할 수 있는 방식도 구체적으로 법에 규정했다. 환자와 보호자의 의사나 주치의의 의사를 잘 파악해 만에 하나 있을 이 법의 악용을 방지할 수 있어야 한다.

이 법에서 무의미한 연명 의료를 중단할 수 있는 대상은 회생 가능성이 없고, 질병의 원인을 치료하는 의료 행위에 반응하지 않으며, 곧 사망할 임종기 환자라는 세 가지 조건이 모두 충족돼야 한다. 이러한 환자까지 심폐소생술이나 인공 호흡기 등을 통해 억지로 생명을 연장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게 이 법안의 취지다.

앞으로 회생가능성 없이 고통만 나날이 연장되는 환자와 그 가족들에게 이 법은 크게 도움을 줄 것이다. 우리에게는 웰빙할 권리도 있고 품위있게 죽을 권리도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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