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최면술에 걸리면 자발적 의지와 행동을 상실하게 된다.강한 피암시성에 의해 움직여 질 따름이다.사람을 극도로 수동적으로 만들어 버리는 최면현상.아직까지 이에 대한 명쾌한 해명은 없다.다만 옛날부터 종교와 주술,특히 샤아마니즘과 밀접한 관계를 가져 왔던 정도로 이해 되고 있다.

인간을 최면에 이르게 하는 강한 피암시성은 종교와 주술 뿐만은 아닌 듯 하다.이데올르기 또한 그 자체의 강한 피암시성으로 인간을 최면에 이르게 한다.적어도 남과 북이 체제가 다른 한반도에서만은 그렇다.남과 북은 이같은 이데올르기의 최면에 시달려 왔다.이른바 좌우이데올르기에 의한 피암시성이 한반도의 전부를 최면상태로까지 몰아 넣었다.체제경쟁에서 비롯된 이데올르기의 최면은 권력의 경쟁까지 좌우 했다.선거때마다 나타나는 '사상논쟁' '색깔시비'등이 그것이다.

색깔시비의 극치는 5·16쿠데타 직후 대통령선거에서 펼쳐진 박정희·윤보선후보간의 '사상논쟁'이 대표적이다.반공의 기치로 쿠테타를 성공시킨 박후보였지만 그 자신은 정작 이데올르기로부터는 자유롭지 못했다.쿠데타직후의 황태성간첩사건과 여순사건 연루설로 곤욕을 치르고 있었다.바로 이같은 시점에서 윤후보는“박정희 후보의 사상은 이질적이며,그는 위험한 인물이다 ”고 색깔론에 불을 당겼다.이데올르기의 최면앞에는 군부의 최고 실력자도 맥을 추지 못했다.가까스로 대통령에 당선이 되기는 했지만 박대통령은 색깔론의 위력을 비로소 실감했다.그리고 그 자신도 선거때마다 정권안보의 무기로 즐겨 사용했다.

선거때의 단골 메뉴 색깔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최근 정형근의원 체포를 둘러싼 여야의 대치 속에 간간히 쏟아져 나오는 이데올르기적 피암시성의 독설들이 그것이다. “지금은 좌익 광란의 시대,좌익광풍은 국민이 평가할 것...김대중실험은 성공하지 못할 것...김정일을 식견있고 분별력 있는 지도자라고 했는데 이성을 잃거나 좌익분자가 아니면 어떻게 그런말을...김대중이는 정신나간 사람 아닌가... ”

현직 대통령을 향한 야당의원의 색깔있는 공격은 가히 원색적이다 못해 핏발이 서려있다.정권으로부터 핍박을 받고 있다고 말하는 당사자이기에 무슨 말인들 못할까.하지만 선거를 앞둔 유권자들은 벌써부터 머리가 아파온다.이데올르기의 최면에 또다시 볼모 잡히는 것은 아닌가 해서다. <고홍철·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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