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홍석 전 동국대 교수 학장·이학박사·논설위원

제2공항건설에 관한 '제주도지사의 설명회장'에서 소동이 벌어진 뉴스를 접했다.

'올 것이 왔다'는 생각에 잠기면서도 원거리 거울처럼 먼 데서 '고향을 비쳐보는 사람'에게는 안타까운 마음이 가득할 뿐이다.

근본 요인이 어디에 있고 향후 해법을 어떻게 찾으며 올바른 대책이 무엇인지 '심사숙고의 기회'를 갖게 하는 동시에 나름대로 요지를 정리했다.

첫째, 집중개발과 분산개발의 충돌에서 비롯되고 있다.

그동안 제주도는 도청소재지 중심으로 거점개발이 이뤄져 왔다. 하지만 시대 상황은 '분산을 전제한 균형개발'로 전환됐다. 이런 골격변화추세를 감안할 때 제주도의 경우 '뒤늦은 정책집행'으로 이어진 것과 마찬가지다.

균형개발은 소외지역에 대한 배려차원에서 출발한 것이므로 다른 지역에 비해 뒤늦은 느낌으로 다가온다.

둘째, 도시와 농어촌 간의 문화차이가 충돌로 이어지게 했다.

도시는 계획적으로 조성된 거주공간이다. 이에 반해 촌락은 자연 발생 요소로 가득 차 있다. 그러므로주민의 가치와 의식구조에서도 둘 사이는 다르며 간격을 벌리고 있다.

현지 주민들이 자연 구조물인 용암동굴을 앞세우며 인위시설인 공항을 거부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이다.

셋째, 가해자와 수혜자의 상반된 입장이 충돌을 불러왔다.

항공교통은 신속성에서 장점이 있더라도 소음과 진동 등 환경적 측면에서 부정적인 요소가 있다.

그동안 안정생활에 만족해온 현지주민들로서 적응에 대한 고민과 피해를 걱정하게 됐다. 하지만 이용자의 입장에서는 편의성만을 앞세우게 됨에 따라 양자 간에 이해부족과 더불어 충돌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넷째, 토착세력의 보수의식과 외래인의 선진의식 간의 충돌에서 비롯됐다.

공항 예정지역의 경우 정의현이 자리해올 정도로 조선왕조 초기부터 지방통치거점의 전통을 유지해왔다.

또한 경주김(金)씨, 신천강(康)씨, 군위오(吳)씨 등 토호(土豪)로 지칭하는 '유력한 씨족'들의 분파거점이 돼왔다. 그러므로 시조묘역을 비롯한 '종가중심의 동족촌락이동'에 신경을 쓸 것은 당연하다.

다섯째, 공항건설에 따른 이해상관에 따라 충돌을 불러오게 한 점이다.

보도에 따르면 '공항예정지의 토지'는 이미 40%가 외지인소유란 사실이 확인됐다, 신빙성이 있는 내용인지 입증할 수 없더라도 그만큼이나 외부에서 '개발이익을 노리는 투기지역'으로 떠오른 것만은 확실하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공항 조성정보가 외부에 누설된 것과 마찬가지다. 반대로 토착 주민들의 경우 이주에 따르는 불이익과 더불어 '토지자산에 대한 손실'로 이어질 것은 당연하다.

여섯째, 보존세력과 개발세력 간의 충돌을 불러온 점이다.

시대사조는 자연을 우위에 두는 결정론에서 벗어나 있다. 반대로 과학 기술만을 앞세운 가능이론마저 부정하며 균형과 조화를 강조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그 결과 인간과 자연을 '대등한 관계'로 설정하며 개발을 진행하되 부정적인 것을 최소화하려는 환경 영향평가를 전제하고 있다. 보존만을 강조하는 자연보존단체와 차별하는 근거가 여기에 있다.

이러한 전제들을 앞세워보지만 어느 것이나 조정과정을 거치지 않고 해법을 찾기란 쉽지 않다.

상충 요인 간의 조정이야말로 향후에 해결돼야 할 중대과제로 남는다. 그런 까닭에 제주도 차원의 지혜를 동원해 대립과 충돌을 해소해 나가는데 정성을 결집하는 것이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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