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빅테이터 세상 "운을 만들다"

불확실한 미래를 예측하는 수단으로서 '점'은 시대를 막론하고 여전히 성행하고 있다. 사진은 11일 오후 제주시내에 위치한 한 철학관으로 향하는 손님의 모습. 사진=변미루 기자

재능에 사회 흐름·시대정신 보태면 '기회'가 되기도
경험·분석이 중요하지만 '운명 결정권'은 내게 있지

"인생은 개인의 노력과 재능이라는 씨줄과, 시대의 흐름과 시대정신 그리고 운이라는 날줄이 합쳐서 직조됩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나의 의지와 노력과 재능이라는 씨줄만 놓고 미래를 기다립니다. 치고 들어오는 날줄의 모양새는 생각도 안 하고 말입니다" 

출간한지 2년 6개월만에 100쇄 돌파의 기록을 남긴 광고인 박웅현의 '여덟단어'에 나오는 글이다. '잘자, 내 꿈꿔'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등의 유명 카피가 그저 누군가의 특출한 재능에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시대 흐름, 그리고 '운'이 맞아 탄생했다. 

화는 피하자?!

새해가 되면 '신년 운세'란 단어가 꼬리를 문다. 언뜻 4자성어나 새해다짐처럼 느껴질 만큼 친근하다. 두둑한 복채부터 챙기고 맨 바닥을 마다치 않았던 상황은 없어졌지만 대신 온라인 운세 사이트에 이어 최근에는 SNS 등을 통해 '운'을 확인하는 서비스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기본적으로 '밑져야 본전'이라지만 힘이 되는 말은 듣고, 화는 피하겠다는 생각은 만국 공통이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연말 특집으로 전문기자의 분석을 토대로 세계적 관심사에 대한 예측을 연말 특집으로 실기도 했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는 점쟁이 문어 파울이 신통방통하게도 독일 대표팀의 6경기 승패를 족집게처럼 맞춰 세계적 화제가 되기도 했다.

혜법을 찾아라

어느 시대 누구를 막론하고 앞날에 대한 호기심과 불안은 있게 마련이다. 특히 미래가 불확실할수록 불안감은 더욱 커지는데, 이를 미리 예측해 보는 수단으로 선택된 것이 바로 '점'이다. 
어느 순간엔가 점집을 순례하듯 다니며 타로점, 사주, 손금, 관상 등을 보며 '사주쇼핑'을 하고, 불안심리를 이용해 굿 값 등을 뜯어내는 무속인 사기가 한국인들이 가장 잘 당하는 사기 사건의 우선 순위에 올랐다. '무속'과 '맹신'이라는 단어가 묶이며 사회 혼란을 가중시킨다는 얘기도 나온다. 하지만 그 이면의 원리를 먼저 알아야 한다.

2013년 제주 출신 한재림 감독의 연출력이 돋보였던 영화 '관상(觀相)'에 이어 올해 '사주(四柱)'란 영화가 만들어지는 등 역학시리즈가 만들어지는 이유기도 하다.

사실 관상의 '관'은 '커다란 두 눈이 특징인 올빼미나 부엉이과의 새'를 뜻하는 '부엉이 환(?)'과 '볼 견(見)'이 결합된 글자다. '치우침 없이 잘 헤아려 본다'는 의미다. '상'역시 서로 상(相)을 쓴다. 결국 관상이라는 것이 인물의 운명을 보는 것이 아니라 '상호 관련성을 자세히 보'는 것으로 혜법을 찾는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문어보다는 사람

'족집게'라고 하지만 '정확성'은 운과 감이 아니라 풍부한 경험과 치밀한 분석에서 나온다. '빅데이터'얘기다. '문어'얘기를 하기는 했지만 월드컵 승리팀을 가장 많이 맞췄던 것은 '코타나'라는 빅데이터 분석 프로그램이었다. 어떤 팀이 더 경기를 더 잘 이끌어갈 것이라는 것을 데이터와 경험적인 분석이 합쳐져서 낸 객관적 결과물에 대적할 수 있는 것은 드물다.

국가 빅데이터에 이어 네이버도 빅데이터 포털 '데이터랩' 베타버전을 내놨다. 데이터 랩에서는 국토교통부가 제공하는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연계해, 이용자들은 읍·면·동 단위로 세분화된 아파트 실제 매매 가격과 전세, 월세 거래량 등을 네이버 지도상에서 확인할 수 있다. 동서남북 중 어느 쪽이 길한지 까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현재 가진 돈으로 구할 수 있는 집이 어디에 있는지는 가늠할 수 있어진 셈이다. '흥행'을 점칠 수 있는 입소문지수(Net Promoter Score·NPS)도 등장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운명 결정권은 자신에게 있다'는 점이다. '운'은 정해진 것이 아니라 만들어진다. '나'를 알고, '세상'을 알고, 시대를 읽으면 가능하다.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