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전 제주사람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민요패 소리왓(대표 김형섭)이 오는 8일 제주도문예회관 소극장에서 마련하는 일곱 번째 민요판굿 「우리 할망넨 영 살았수다」(대본 오영순, 연출 안희정)는 힘든 노동을 소리로 이겨낸 제주 선인들의 옹골찬 삶을 곱씹게 하는 무대다. 공연시간 오후 3·7시.

 ‘백년 전, 섬사람들의 이야기’라는 부제가 붙은 이 공연은 봄·여름·가을·겨울 사계절의 변화에 따라 이뤄지는 노동과 노동요를 생생하게 재현해 100년 전 섬사람들의 삶을 조명해 보여 준다.

 봄은 한해의 농사를 준비하는 계절이다. 농기구인 ‘보습’과 ‘볏(벳)’등을 만드는 불미작업으로 시작되고 들녘에선 농사를 짓기 위해 밭을 갈고 흑벙에(흙덩이)를 부수는 작업이 진행된다. ‘디딤불미소리’‘밧(밭)가는 소리’‘흑벙에 부수는 소리’‘조팟(조밭)볼리는 소리’가 봄철 불미마당과 제주들녘을 수놓았다. 바다에서는 ‘멜후리기’(멸치잡이)와 풍어의 즐거움을 ‘서우젯소리’로 달랬다.

 여름은 김매는 철이다. 바다밭을 일구는 사람들은 밭일과 바닷일을 겸해서 해야하는 노동의 계절이다. ‘진(긴) 사데’‘쪼른(짧은) 사데’‘네젓는소리’(노젓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사데는 검질매는 소리이며 네젓는소리는 제주잠녀들이 타지로 물질 나갈 때 배를 저어나가면서 불렀던 소리다.

 가을은 수확의 계절. ‘방엣돌(방앗돌) 끗어내리는 소리’‘도깨질소리’‘이야홍타령’‘남방에소리’‘집줄놓는 소리’‘상량소리’‘고레고는 소리’등 흥겨움과 넉넉함이 넘치는 계절이고 겨울은 땅에 뿌리를 박고 솟아 나오던 것들을 다시 땅으로 되돌리는 계절이다. 이번 무대에서는 생과 죽음을 이어주는‘상여소리’‘진토굿파는소리’‘달구소리’가 불린다. 

 이번 공연은 현장성을 살리기 위해 일체의 풍물악기를 배제하고 반주와 효과음을 주변의 생활소품에서 나는 소리로 이용했다. 도리깨로 콩을 타작해서 알곡이 떨어내는 과정 등 노동의 현장성을 살린 것도 이번 공연의 특징이다.

 오영순 김경률 안민희 양윤호 김형섭 변향자 조옥형 허수빈 신찬엽 문석범 정경미 양인정 황찬미 주용준씨 등 14명 출연. 문의-724-07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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