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수 제주한라병원장

우리나라에서 외상센터 및 외상외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은 지난 2011년부터였다.

2011년 1월 소말리아 해적에게 피랍된 삼호주얼리호 선원을 구출하기 위해 우리나라 해군이 '아덴만 여명 작전'을 전개했다. 이 과정에서 남다른 기지를 발휘하며 작전 성공에 기여했던 석해균 선장이 여섯 군데 총상을 입고 중태에 빠지자 국내로 이송해 치료하는 과정에서 국가 차원의 중증외상센터 설립 지원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당시 우리나라에는 외상환자 전용 치료센터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나마 중증외상치료가 가능한 대형병원은 질병환자로 과밀화가 심각해 갑자기 발생하는 중증외상환자에 대한 치료가 지연되거나 타 병원으로 전원시키는 등의 문제가 있었다.

또 중증외상환자 전용 수술실 및 중환자실 등의 시설도 갖춰야 하지만 막대한 비용부담이 걸림돌로 작용했다.

외상센터를 운영하는 선진국의 사례를 보면 외상으로 인한 사망자 중 적정진료를 받았을 경우 생존할 것으로 판단되는 '예방가능사망률'이 미국은 15%, 독일은 20% 수준으로 외상센터 운영 이전에 비해 크게 개선됐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예방가능사망률은 2012년 기준 35.2%로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높아 외상센터 설립 필요성이 강력히 제기됐던 것이다.

결국 보건복지부는 2012년부터 권역외상센터 선정 및 지원 사업에 나섰다. 권역외상센터는 교통사고, 대형재난, 총기사고 등으로 인해 다발성 골절, 장기손상, 과다출혈 등의 중증외상환자가 병원도착 즉시 응급수술을 비롯한 최적의 치료를 제공할 수 있는 시설·장비·인력을 갖추고 24시간 365일 운영하는 외상환자 전용 치료센터다.

제주한라병원은 이같은 흐름에 부응해 지난해 12월부터 자체적으로 중증외상센터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권역외상센터 선정을 마냥 기다리기보다 지역내 외상환자의 건강권을 우선 확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또 지난 11일 대한외상학회에서 인증하는 외상세부전문의 수련병원으로 지정됐다.

외상외과 세부전문의라 함은 일반외과전문의 취득 후 대한외상학회가 인정하는 수련병원에서 외상외과에 대한 소정의 과정을 이수하고, 외상외과 진료영역은 물론 타분야 전문의와 협진을 통해 환자에 대한 자문 및 2, 3차 진료를 수행하는 임상의사를 말한다.

권역외상센터는 외상환자의 진료뿐만 아니라 국내에 부족한 외상외과 세부전문의를 길러내는 교육기능도 갖고 있다.

권역응급의료센터와 권역외상센터의 양립은 진료 효율이 가장 높은 응급의료체계라 할 수 있다. 제주지역은 한 해 1000만 명이 넘는 관광객이 오가는 등 유동인구가 많은 국제자유도시이며 섬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권역외상센터의 유치는 반드시 필요하다.

지역 주민은 물론 제주를 찾았던 관광객이 불의의 사고로 중증외상을 입고 생명이 위태로운 순간에 주저 없이 찾아갈 수 있는 권역외상센터가 확보돼야 비로소 제주지역 응급의료체계는 완전히 갖춰졌다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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