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백훈 성균관대 초빙교수·논설위원

우리 사회에서 한자(漢字)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며 한자 배우기가 필수라는 인식이 대세(大勢)가 됐다.

그래서 대학생들에게 인성교육과 한자를 병행해 가르쳐온 것을 모아 한자에 대해 '재미없다' '어렵다'라는 생각을 바꾸게 해 흥미도 생기고 인성교육도 할 수 있게 하자는 기대를 갖고 「신법명심보감」을 출판했다.

그랬는데 아뿔싸 오타가 생긴 것을 인쇄하고 배부된 다음에야 발견하게 된 것이다. 그것도 제1장 첫 글자가 틀린 것이다.

'착한 일을 하면 하늘이 복으로 보답을 하고, 착하지 않으면 하늘이 재앙으로 보복한다'라는 첫 문장인 '위선자(爲善者)천보지이복(天報之以福), 위불선자(爲不善者)천보지이화(天報之以禍)'라는 공자의 말에서 위선자(爲善者)가 위선자(僞善者)로 잘못된 것이다. '할 위' 위선자(爲善者)가 맞는데 '거짓 위' 위선자(僞善者)로 돼버린 것이다.

식은땀이 나면서 황당함이 밀려 왔다. '거짓으로 착한 척하는 자에게 하늘이 복을 준다'라는 문장이 돼버렸으니 부랴부랴 책 주문처 및 배부처에 긴급연락을 하고 수정을 위한 조치를 취했다.

죄송하다는 뜻과 용서를 구하는 데 독자들은 오히려 "오타가 나오는 것은 늘 있는 건데 너무 미안해하지 말라, 미리 연락을 해주니 고맙다"며 요즘에 돌아가는 걸 보면 "위선자(僞善者)가 복을 받는 게 맞네"라고 위로해줬다.

"무슨 말씀인가요" 궁금해 하니 "요즘 정치인 특히 국회의원들을 보면 '거짓 위'자 위선자(僞善者)가 특권을 누리고 갑(甲)질을 하고 있지 않은가"라면서 요즘 국회가 정상화 되지 않은 것에 대해 많은 걱정을 하고 있었다.

아이고. 위로의 말이 더욱 꾸중하는 것 같이 들린다.

인(人)위(爲)=거짓 위(僞)라는 한자가 되는 것이니 즉 사람(人=사람인)만이 하는(爲=할 위)게 거짓이고 위선이 되니 '거짓 위'자가 되는 것으로 풀이가 된다. 동물과 식물 등 자연은 정직하게 순리에 의거해 돌아가는 것에 비해서 사람만이 위선도 거짓도 하게 된다는 의미가 되니 한자를 파자(破字)하는 묘미를 느낀다.

국회의원들이 선거 때만 되면 특권을 내려놓겠다 한다. 공약으로 '세비감축' '특권 포기'를 내걸고 있지만 실제로 실천하는 것은 보지 못했다. 그리고 국회의원들이 우수의정활동상을 받은 것을 홍보하며 몇 년 연속 '우수 국회의원상'을 받았다고 자랑한다.

하지만 이것 또한 위선일 수가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가 분석하기를 "19대 국회는 모르는 법안에 이름만 올리기, 글자 몇 자만 바꾸는 개정안 내기, 폐기 법안 재활용하기, 남이 제출한 법안 베끼기 등 다양한 방법으로 발의 건수를 늘렸지만 가결 건수나 가결 비율은 현저히 낮아졌다"고 한다.

실제 존경받는 J모 의원은 행정부가 발의한 법안을 심의하고 검토하기에도 시간이 부족해 발의 건수가 거의 없다고 한다. 국민들의 방심으로 국회의원들의 위선에 속아왔던 것이다.

'국회갑(甲)질'이라는 용어가 생겼다. 예산 확보도 없이 인기영합의 입법을 하니 차라리 발의를 안 해주는 게 고마운 것이라는 말들을 한다.

최근에 갑을(甲乙)계약서를 동행(同行)계약서로 한 아파트 단지가 있다는 보도를 봤다.

참 좋은 아이디어로 보인다. 본 받아야 할 좋은 사례라 생각한다. 국회의원들이 갑(甲)질과 위선(僞善)을 하지 말고 여민동락(與民同樂)의 정치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총선에서 최악평가를 받는 19대국회의 위선자(僞善者)들을 가려내어 위선자(爲善者)로 물갈이 되기를 간곡히 기원한다.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