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주 편집위원

제주지역 공항 문제가 도민은 물론 전 국민의 관심사로 한동안 들썩였다. 첫 번째 관심사는 지난해 10월10일 제2공항 예정지로 성산읍 지역이 발표되면서다. 두 번째는 지난달 23~25일 사상 초유의 제주공항 폐쇄로 10만명 가까운 승객이 고립되고 수천명이 공항에서 노숙하는 상황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제주공항 노숙 사태는 공항공사와 각 항공사, 제주도 대응이 미숙한데 따른 결과였다는 분석이다. 이틀 넘게 비행기 이착륙이 중단되는 사태에 대처할 매뉴얼이 부재했다. 공항공사의 대응미숙으로 공항 체류객 수천명은 추위와 배고픔에 떨어야 했다. 공항 시설에 대한 보안을 이유로 체류객들의 편의는 뒷전으로 밀린 것이다.

항공사들의 행태도 문제였다. 대형항공사들은 결항 일자를 기준으로 임시편 탑승 순서를 산정하고 승객들에게 문자메시지를 통보했다. 그러나 탑승시간 등 세부 정보를 제공치 않아 불안에 휩싸인 승개들을 발권창구 앞으로 모여들게 했다. 저비용항공사는 비행기 탑승순서를 결항 일자가 아닌 '선착순'으로 정하면서 공항 밤샘 노숙을 초래하고 승객들의 격한 항의를 유발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정부와 제주도, 공항공사 등 관계기관이 뒤늦게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비록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는 격이기는 하나 제대로 대책을 만들어야 한다. 공항 노숙 원인으로 지적된 저비용 항공사의 승객안내시스템은 물론 불가피한 공항 체류객의 불편 최소화와 안전확보에 소홀함이 있어서는 안된다. 제주공항은 제주의 첫인상과 마지막 순간을 기억할 수 있는 장소이기 때문이다.

제주에 제2공항이 들어서는 것은 도민들의 오랜 숙원이었다. 한계에 다다른 제주공항의 혼잡을 해소하고 24시간 운영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춤으로써 더 많은 관광객 유치와 도민 뭍 나들이가 보다 수월해질 수 있기 때문이었다. 처음 제2공항 예정지가 발표됐을 때만 해도 도민들은 환영했다. 그러나 정작 제2공항이 들어서는 성산읍 신산·온평·수산·난산리 마을 주민들은 예고 없는 발표에 당혹해했다. 이후 시간이 지나면서 급격히 반대로 돌아섰다.

반대의 주 요인은 해당 지역 주민들의 의사를 무시했기 때문이다. 조상 대대로 살던 집이나 밭 등을 내놓고 다른 지역으로 이주해야 하는 이들 지역 주민들이 반대하고 나서는 것은 당연하다. 제2공항 예정지 가운데 도외인 소유 비율이 46.5%를 차지하고 인근 지역 땅값이 치솟으며 인근 지역 토지주 등이 큰 이익을 보게 되는 현실을 고려하면 이들의 박탈감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제주 제2공항 건설은 제주의 미래를 위해 꼭 필요한 사업이다. 원희룡 도지사는 지난달 서귀포 시민과의 대화에서 "제2공항이 영남권 신공항이나 새만금 등 다른 지역과 국책사업 인프라를 유치하기 위해 경쟁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인 만큼 도민들이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서는 안된다"는 상황론을 내세우기도 했다.

그러나 정부와 제주도가 지금처럼 당위성만을 강조하며 해당 지역주민들을 몰아세워서는 안된다. 아픔과 희생을 겪어야만 하는 해당 지역주민들에게 특별한 배려와 보상이 뒤따르도록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해당 지역주민들도 제2공항 후보지 백지화만을 요구할 게 아니라 '성산읍 지역 외에 대안은 없는지', '생활터전을 잃는데 따른 보상대책은 무엇인지'를 강력하게 요구해야 한다.

공항과 관련한 2가지 문제 가운데 한 가지는 나름대로 해결책을 찾고 있으나 제2공항 문제는 여전히 어려운 숙제로 남아 있다. 제주도는 지역 주민의 입장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정부에 요구할 것은 요구하면서 주민과의 지속적인 소통에 나서야 한다. 제2공항 조기개항만을 목표로 하기보다 지역민의 생존권을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 어렵지만 주민과의 지속적인 협의를 통해 합의점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도민들도 해당 지역주민들의 희생을 강요하기보다는 열린 마음으로 억울한 지역 주민을 먼저 생각하는 자세를 가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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