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욱 한의사·제민일보 한의학자문위원

설에 주고받는 덕담 중에 건강만한 것은 없다.

한의학적으로는 밤이 가장 긴 동지를 지나 낮과 밤이 같은 입춘부터 실질적인 한 해의 시작으로 본다. 양기가 음기를 이기고 생명의 기운을 퍼트리는 시작인 때다. 설날은 대개 이러한 입춘 즈음이므로 우리의 몸과 마음을 점검하고 마음을 잡기에도 좋은 때인 셈이다.

한의학에서는 몸을 길러 병을 예방하고 건강을 도모하는 일체의 활동을 양생(養生)이라고 한다. 한의학의 가장 큰 장점은 병이 생기기 전에 다스린다는 양생에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표적인 한의서인 「동의보감」에서는 봄은 천지간의 생기가 일어나 만물이 소생하는 때이므로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양기를 맞고, 몸을 속박하지 말고 느긋하게 하라 했다. 뭇 생명을 죽이지 말고 살리며, 빼앗지 말고 주기를 즐겨하고, 벌을 주기보다는 상을 주라 했다. 이런 자연법도에 따르면 병이 생기지 않는다고 전하고 있다.

지나친 경쟁으로 인해 피로사회로 치닫는 우리사회의 모습을 비춰볼 때 선현들이 새해를 맞는 이러한 양생법은 많은 것을 시사해준다.

예전에는 나라에 경사가 있으면 사면을 단행하고 곳간을 풀어 고통 받는 서민들을 위한 정책을 시행했다. 분노보다는 화해와 사랑이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법이다.

우리는 너무 쉽게 상처 주는 말들을 하고 있지는 않은지, 먼저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려보려는 자세보다 내 잇속을 챙기기에 바쁘지는 않은지 2016년 새해를 맞아 다시금 살펴볼 일이다. 그리고 편안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하루에 30분이라도 산책을 하면서 시생하는 봄의 양기(陽氣)를 맞아보자. 기쁨을 나누고 상대방에 대한 덕담도 나눠보자.

그러면 한층 더 따뜻하고 풍요로운 한 해를 저마다의 몸과 마음에 담아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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