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진 한의사·제민일보 한의학자문위원

질병을 바라보는 방법에 따라 동·서양의학의 차이가 두드러진다.

서양의학의 중심은 실체론이며 병이라는 특정한 실체가 있는 것에 주목한다. 동양의학은 균형론에 뿌리내렸다. 건강을 위한 요소들간의 균형을 살펴보는 것이다.

균형론은 동양뿐만 아니라 서양의학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히포크라테스부터 기원해 갈레노스에 의해 확립된 4체액설은, 한열조습에 입각한 진단 치료를 제시했고 체액의 균형과 불균형으로 정상과 질병을 구분했다. 균형론에 입각한 관점은 근대 초기까지 지배적이었으나, 미국 대통령 조지 워싱턴이 과도한 정맥방혈술로 사망하는 등 사례를 드러내며 치료 기술의 한계를 노출했다.

서양의 실체론은 16세기 파라켈수스에 의해서 부각됐으며 질병의 원인은 몸 안의 부조화가 아니라 독성물질이며, 외적요인이 병의 실체임을 주장한다.

또한 데카르트의 심신이원론에 의해 몸과 마음의 상호 의존관계가 분리되고 인간의 신체는 기계론적 대상으로 분석 된다. 이는 병원균학과 해부학으로 나아가 진단기기를 통해 병원균의 실체를 바라 보고, 인체 조직의 비정상적인 상태를 관찰케했다.

19세기 끌로드 베르나르(Claude Bernard)는 실험생리학을 정립해 실체론적 의학 발전의 기틀을 쌓았다. 그는 생리학의 영역을 인간의 본질을 연구하는 것이 아니라 생명 현상이 나타나는 조건을 탐구하는 것으로 좁히는 등 철학적 의학에서 과학적 의학으로 확립했다.

현대 의학은 이러한 맥락에서 임상과 보건영역에 광범위하게 분포한다. 하지만 최근에는 수량화·개량화 되기 어려운 몸과 마음, 그리고 자연 환경을 통합한 시스템 생물학과 의학이 부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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