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희 편집부 차장

사만다와 아나이스는 1987년 부산에서 쌍둥이 자매로 태어났다. 두 사람은 태어난 지 4개월만에 각각 미국과 프랑스로 입양됐다. 사만다는 미국에서 배우가 됐고 아나이스는 프랑스에서 디자이너가 됐다. 평생 서로를 모른 채 살던 두 사람은 페이스북과 유투브를 통해 우연히 알게 됐고 25년만에 기적적으로 재회했다. 수십년동안 다른 환경에서 성장했지만 두 사람은 놀라울 정도로 닮아있었다. 사만다와 아나이스의 놀라운 이야기는 다큐멘터리 영화 '트윈스터즈(Twinsters, 2014)'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전설 속 쌍둥이는 어머니의 자궁을 공유한다는 특성으로 우애의 상징, 신비의 대상으로 여겨져 왔다. 쌍둥이가 생겨나는 명확한 원인은 알려져 있지 않지만 유전적 요인, 산모의 나이와 출산횟수 등과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쌍둥이 출산 비율은 80회의 임신 중 1회 꼴이라고 하지만 인종과 민족에 따라 편차가 크다. 흑인, 백인, 동양인의 순으로 쌍둥이 발생률이 높다고 한다. 예를 들어 나이지리아의 쌍둥이 출생율은 4.5%에 달하는데 한집 걸러 쌍둥이가 있는 셈이다. 이는 이들의 주식인 얌(yam)에 여성호르몬이 많기 때문이라고 추측하기도 한다. 최근 프랑스 국립인구학연구소 등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선진국의 쌍둥이 출생률이 40년만에 두 배 가량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1975년 미국에서 출산 1000건 중 쌍둥이 출생은 9.5건이었지만 2011년에는 16.5건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국은 9.9건에서 16.1건으로, 독일은 9.2건에서 17.2건으로, 프랑스는 9.3건에서 17.4건으로 각각 증가했다. 한국은 5.0건에서 14.6건으로 무려 3배 가까이 늘었다. 이는 1970년 이후 시험관 아기 등 의학적 도움을 받는 출산이 늘어난 영향이 크다. 그러나 연구진은 쌍둥이 출산은 산모에게 더 위험하고 신생아도 더 약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사람의 성격을 형성하는데 유전자와 환경 중 어느 것이 더 중요할까. 외모가 같은 일란성 쌍둥이도 체내 호르몬 등 미묘한 차이로 이미 다른 존재로 태어난다고 한다. 보는 이들에게 신기함을 자아내는 쌍둥이는 생명의 비밀을 안고 있는 신비로운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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